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만난 책

퇴근 후 헤르만헤세, 우주(칼 세이건)와의 데이트

by 숲해설가 마리

사람이 싫어 떠난 50일간의 여행에서 '다시 살고 싶다'라고 느낀 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삶은 뭘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의 세계관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매일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책을 읽었다.



처음엔 추천받은 책 한두 권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책을 통해 마주하는 세상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종류 구분 없이 읽었다.


- 예전에 읽다가 어려웠던 「데미안」
- 뮤지컬 싯다르타가 어려워서 읽어본「싯다르타」
-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작가의 소설책들
- 지구, 우주가 궁금해서 읽은 각종 우주책, 그중「코스모스」
- 영화 동주를 보고 빠져서 읽은「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뭐길래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지나 싶었던「대도시의 사랑법」
- 킬링타임으로 재밌고 공감됐던 「퇴사인류보고서」



이 중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책은 「싯다르타」와 「코스모스」였다.



처음 「코스모스」는 도서관에서 특별판으로 빌렸다.

특별판은 흑백이고 양장본보다 사진이 생략됐다.

그래서 나는 양장본을 샀다.

생생한 모습으로 보고 싶어!!


직장인은 월급날만 기다리며 버틴다고 했나?

나는 퇴근 후 얼른 집에 가서 우주를 알아가는 시간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버텼다.

퇴근하고 썸남과 데이트가 예정된 사람처럼 (웃음)


"단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나기까지 100년을 기다린다 해도 나는 결코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신께서는 당신을 증거 할 이를 만나기까지 6,000년을 기다리지 않으셨던가."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무지와 자기만족의 만행을 계속 묵인할 것인가?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우주의 우주선이 별의 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엄청난 질량이 묶여있는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다 돌 때쯤이면 지구에서는 이미 수억 년의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인간이 채 다 알아내지 못한 광활한 우주.

그 속에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이다.


우주에 대해 알수록 겸허해지면서 설레었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호흡이 편안해졌다.



먼지로 살다가 먼지로 돌아갈 인생.

왜 이렇게 치열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나!

한 번뿐인 삶, 자유롭고 즐기며 살기도 부족한 시간에,

의무, 압박, 고정관념, 체면 등 인간이 만들어낸 틀 속에서 보내는 삶.


아,

나는 자유로운 먼지로 살다가 먼지로 돌아가야겠다!

기왕 지구별에 사는 동안, 내 옆의 먼지들도 함께 편하고 즐기다 갈 수 있게 도우면 좋겠다

(허무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삶을 더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싯다르타」에 대해서는 사연이 있었다.

내가 직장 다니면서 힘들 때 템플스테이를 다니며, 불교 철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때 한 스님이 조계종에서 낸 「불교입문」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것이 별로였다.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7걸음을 걷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쳤다는...)

그리고 조계종에서 하는 싯다르타 뮤지컬도 봤는데 거리감이 있었다.

세계 4대 종교지도자라 그런가, 미생인 나로서는 공감이 안 됐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적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해서 사랑에 빠져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수천 금을 건 도박을 하고, 아들에게 집착하며 놓아주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꽤나 재밌었다.




특히 마지막 고빈다와 싯다르타의 대화가 매우 인상 깊었다.

고타마(부처)의 말보다 손짓이 중요하다.
사상보다 행위와 삶에서 그의 위대함을 본다.
돌이 의미 있어서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


누군가가 정리한 정의로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세 우려지 말고,

내 삶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실천해야겠구나.



치열한 사회생활, 인간관계 속에서 번아웃이 왔던 나.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챗바퀴 같은 삶이지만,

칼세이건을 통한 우주, 헤르만 헤세의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차 마시며 책 보는 생활이 나와 안 어울린다고 했다.

나는 대문자 ENFP이기에,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외향적인 나 역시

사람을 마주할 힘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의 말보다,

내 스스로 의미를 찾아야 했다



구체적인 게 편했던 내가 추상적인 언어로.

사람들 속에 있던 내가 책과 자연을 통해서.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큰 나뭇잎보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들꽃이 눈에 들어오는

사람으로의 변화





내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졌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도가 달라졌다.



가끔은 스스로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가 찾은 삶의 방향과 무게감이 좋다.



내가 지금까지 건강히 잘 생활하는 것은

자연, 나에게 위로를 건낸 사람들, 헤르만헤세와 우주, 다양한 작가들 덕분이다.

이렇게 나의 힘든 고비를 잘 넘기고 있었다.



나는야 행복한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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