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여행, 책을 통해 인생 2막을 잘 살고 싶다고 마음먹은 나.
새로 구한 직장은 초반엔 재미있었으나, 단순 노동의 반복이었다.
교육업이었는데,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 시기, 점점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학습해야 했다.
그래서 계속 교육대학원 진학을 알아보며, 입학 서류를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졸업하면 또 새로운 게 나타날 것 같아.
당장 6개월 뒤도 예상이 안 되는 세상에서...
그러다 잠시 모니터 검은 화면에 비친 내 표정을 마주했다.
아무런 생기와 즐거움 없이, 無(무)의 표정이었던 나. 갑자기 현타 왔다.
생각해 보니...
출퇴근할 때도 지하 열차로 오고, 사무실에서는 8시간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일상.
퇴근하면 식사하고 책 조금 읽다가 잠드는 하루가 반복인 삶이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아?
내가 30대 중반이니까, 앞으로 20년은 이렇게 살 텐데..
컴퓨터는 전자파를 내주며 내 생기를 앗아가는 듯했다.
힘들 때 우주 책을 보면서, 한 번뿐인 인생이 귀하고 소중하다고 깨달았는데 이렇게 메말라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60대까지 돈 벌어야 한다면, 살아있는 것들 속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 결심을 굳히던 중, 회사 대표가 입사 초 약속한 것을 어겼다.
말 바뀌는 걸 보면서, 이런 곳에서 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회사를 나왔다.
'살아있는 것 속에서 일하고 싶다'며 당차게 일을 그만둔 나.
호기롭게 결심한 만큼, 꿈을 실현하는 과정도 생기 있기를 바랐다.
바람에 살랑이는 버드나무에 기대어 살아있는 것들을
연필로 쓱쓱 그려보며 미래를 상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이란 추상적인 바람 뒤에 지극히 구체적인 현실이 느껴졌다.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월세, 보험료, 핸드폰 요금...
일단 생각나는 대로 산림청,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구인 글이 꽤 많았지만 대부분 전공자 대상이었다.
비전공자가 일할 수 있는 건 환경미화, 안전관리 정도였다.
흥미롭다가도, 조금 더 도전적이고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산을 좋아하지만, 아래 초입에서 시설관리하다 보면 내 성향상 금방 따분해질 것 같았다.
이곳저곳 검색하다가 '숲해설가'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생소했다. 산은 지인들과만 올랐고, 둘레길을 가도 일반 시민이나 자원봉사자 정도만 만났다.
숲해설가는 이런 곳에서 '숲에 대해 해설'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니 5년 전 제주도 비자림에서 숲해설 프로그램을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숲해설'인지 몰랐다.
산림청의 산림교육전문가 - 숲해설가
-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체험·탐방·학습함으로써 산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산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하는 교육
- 산림에 대한 지식·기능·태도를 습득함으로써 산림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산림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
숲해설가라는 직업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내 또래 사람들(30대)도 하는 것 같고, 최저임금 정도는 벌 수 있는 것 같다.
환경, 자연 관련 비전공자가 숲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마음 한켠에 '최저임금 받으며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숲해설가'라는 직업을 알고 난 뒤로, 다른 일자리가 눈에 안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숲해설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