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가로 먹고살겠다는 무모한 결심

숲해설가, 낭만의 이면

by 숲해설가 마리

이른 봄에 시작한 숲해설양성 수업이 35도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무렵에 끝이 났다.

그렇게 나는 숲해설가가 되었다.


자연에서 일하는 나날을 꿈꾸며 자격증을 땄지만 매우 순진한 생각이었다.

자격증을 받고 3개월 사이 나는 4건의 숲 활동을 했는데 이중 3건은 내가 직접 개별적으로 따낸 기회였다.




숲해설가

낭만적인 직업명에 비해 현실은 (일자리 관점에서) 매우 열악하고 쓸쓸했다.

그래서 주위에서 유아숲해설가, 환경교육사, 원래 하던 직업 등을 언급했지만 나는 계속 숲해설가로 집중할 예정이다.


앞으로 희망이 보여서? 아니다.

지자체, 휴양림에서 무료로 해설하는데, 누가 돈 주고 듣겠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다.


내가 참여한 숲해설 양성반의 평균 나이 60세.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야. 의미있는 일 하고 싶어서.”

“교통비만 받아도 되니까 보조 기회 있으면 연락 줘.”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하긴, 한식조리사 자격증과 비교하면 다양한 입장도 이해가 됐다.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가족에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식당을 차리고 싶어서.

그냥.


숲해설가도 하나의 자격증으로 본다면 모든 입장이 이해된다.

다만 직업으로 뛰어든 나에게 단지 의미있는 일, 봉사활동처럼 취급되는 게 아쉬웠다.

저런 입장의 해설가가 많아서인지 숲해설가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국립공원이나 휴양림에 해설가로 취업한 경우도 9개월만 계약하고 겨울 3개월은 실업급여받으며 지낸다고 한다. 심지어 내년 계약은 미지수.


프레시안의 2018년 기사이다.


저런 기회는 경력 오래된 해설가들, 관계가 많은 해설가들에게 기회가 제공된다.


이런 현실을 알게 되니, 나는 기존의 방식대로는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불안과 막연함의 터널을 지나고 난 뒤, 난 결심했다.

사람들에게 숲은 필요하다. 이 필요성을 알리고 숲해설의 본질에 집중하여 나는 생계형 숲해설가로서의 길을 만들어보겠다고.



다행히 내 주변에는 숲과 사람의 매개자로서의 사명감, 지속가능한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절박한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노력 중이다.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나도 위로를 받고, 희망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마음이 통하고 좋다.


지금은 각각 맨땅에 헤딩하여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의 이런 노력이 열매질 열매를 맺을 거라 기대한다.



숲해설은 더욱 보편적으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숲해설가의 노동권은 향상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혹시 스트레스로 우울감 또는 번아웃을 경험했는가?

원인 모를 질병, 질환을 앓은 적 있는가?

위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도심에 살고 있다면 오감이 절여져서 살고 있을 것이다.

숏폼과 SNS로 전두엽은 피로하고, 도시소음과 매연이 기본, 자극적인 요리는 필수...


인류는 대부분 자연 속에서 살아왔다. 신체는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10대부터 40대. 날 때부터 도시화가 이뤄진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연을 느낀다는 것, 편안하게 즐기는 방법을 모른다. 나도 어렴풋이만 좋아하지, 3분 산책하다가 노래 듣고 멍 때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숲해설이 필요하다.

방법이야 지식적 해설부터 감각적 해설까지 다양하다.


'1인 1주치의' 표어를 본 적 있다. 사람의 상태, 환경이 워낙 다양하기에 그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는 퍼스널 주치의가 꾸준하게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생태적 관점으로 '10인 1숲해설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냥 혼자 나가서 산책하면 되지, 무슨 해설가까지?'


개인의 의지로는 살 빼기 힘드니까 옆에서 코치해주는 퍼스널트레이너,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잡아주고 도와주는 러닝 코칭,

독서를 더 재밌고, 깊이있게 도와주는 독서코칭지도사처럼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효과는 확실하다.


우리는 수많은 자극과 미디어에 노출되어, 숲이 따분하고 재미없게 느낀다.

그래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숲의 이야기를 전달할 해설가가 필요하다.


대기업, AI가 어떻게든 사람을 미디어에 빠지도록 노력하지 않나.

그 못지않게 숲해설가도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숲으로 유인해야 한다.


단순히 밥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건강을 위해.

숲을 지키고 더 알리기 위해.


"숲으로 오세요.
왜냐고요? 당신의 몸과 마음에 좋아요."



숲해설가들에게 고달픈 시기, 비수기 -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 숲은 비수기, 성수기가 없다. (아, 폭염주의보는 힘들다;)

추울수록 집에서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유혹하는 SNS, OTT가 손안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집 밖에 나와 숲의 공기를 마셔야 한다.


'어떻게 숲으로 유인하지?'

이게 나의 최고 고민이다. 나는 이런 고민하는 시간이 재밌다.

아무래도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다.


이런 만족과 꿈, 사명감을 안고

숲해설가로 먹고 살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했다.


ps. 이 글을 읽는 당신과도 언젠가 숲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경리 시인의 시 '생각'입니다.


복잡한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건 약, 자극적인 대체제가 아닌 '자연'이라 생각합니다.


숲으로 오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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