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3, 네이티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바타3 불의 재를 보고서

by 숲해설가 마리

※ 스포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바타3를 보고서 느낀 게 정말 많았다.

감동받기도, 슬프기도, 괴롭기도 했다.

나는 마치 원시시대에 함께 협력하면서도 자연 속에 살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배부른 소리일까?

지금의 개인주의적이고 자연과 등지고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무튼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원망의 시선


하늘의 사람들에게 공격받은 네이티리가 괴롭고 지친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보고 괴롭고 미안했다.

끝없이 파괴하고 정복해 온 인간을 향한 무언의 질타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원망 섞인 눈빛.

지구의 학살자, 인간으로서 괜스레 미안했다.





2. 탐욕의 화력을 잠재우는 영적인 경외감


영화 초반, 나비족이 물과 하늘에서 인간을 이겨낼 때 느꼈던 카타르시스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인간은 더 거대한 화력과 정교한 무기로 그들을 짓밟았다.

자본주의가 낳은 끝없는 탐욕은 판도라의 신성함을 한낱 자원으로 격하시켰고,

그 잔인한 공격 앞에 나비족의 저항은 무력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이 비극적인 소용돌이를 멈춘 것은 인간의 기술이 아닌 영적인 존재, 에이와였다.

결국 자연도 인간도 아닌 영적인 존재만이 멈출 수가 있구나.

지구적 감염병 코로나가 창궐하고 나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던 우리의 오만한 발걸음들.

"쇠 무기를 가까이하면 파멸뿐"이라는 나비족의 경고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 미국의 군수산업, 기술이라는 칼날을 쥐고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경고같이 느껴졌다.

3. 스파이더, 몸이 숲처럼 균생을 이룬 존재

이번 시리즈에서 나를 가장 흔들어 놓은 인물은 스파이더였다.

아버지를 살렸지만 그 정체성을 부정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나비족의 삶을 간절히 갈망하는 그가 참 용기 있고 씩씩하면서 외롭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힘든 그의 몸이 숲처럼 균생을 이루게 되는 모습이었다. 제작진이 자연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단순히 정복하거나 이용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스며들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스파이더의 몸은 그 자체로 판도라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었다.



4. 제이크 설리의 선택, 증오 너머의 ‘다른 길’

스파이더를 연구해서 인간이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려는 '하늘의 사람들'.

이 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스파이더를 제거하려고 했던 제이크 설리.


네이티리와 함께 "다른 길을 찾자"고 말하던 장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단했지만 결국 스파이더도 가족으로 인정하며 다른 길,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 ( 더 어렵고 돌아가는 길 )을 선택한 이들.

"가족이면 안 될 것이 없다." "우리가 어딜 가든지, 가족이 우리의 요새야."


마치며 : 가우디와 판도라의 숲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며 느꼈던 것은 '자연 앞의 겸손함'이었다.

신이 만든 자연보다 높이 솟지 않으려 했던 거장의 마음이, 판도라 행성의 숲에서도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인간은 위대하지만, 자연 안에서만 온전할 수 있다.

<아바타 3>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잊고 있던 그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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