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하지만 용기 있게 살아나가는 법

책 [짝없는 여자와 도시] 리뷰

by 리라작업실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지 않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다 보면 우연히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 유명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라던가,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근사한 책 같은 것.


비비언 고닉의 [짝없는 여자와 도시]라는 책도 그랬다. 싱글도 아니고 혼자 사는 여자도 아니고 짝없는 여자 라니. (이 책의 원제는 'The Odd Woman and the City' , odd라는 단어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한 짝만 있는'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상한'이라는 뜻도 있다.)


도서관 책장을 훑다가 '짝없는'이란 단어에 시선이 꽂혔고 책을 집어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는 '재밌는데?' 싶어 계속 읽다 보니 작가의 필력이 심상치 않았다. '이 작가 뭐지?' 싶어 작가 소개를 살펴보니 이 책의 저자인 비비언 고닉 '작가들의 작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였다.


책 [짝 없는 여자와 도시] ⓒ 리라작업실


제목만 보고 싱글 여성의 일상을 가볍게 풀어낸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작가는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화려한 도시 뉴욕,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조금은 외로운, 정서적 결핍과 현대인의 습벽 한두 개쯤 가지고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그들의 일상 풍경은 화자(비비언 고닉)의 삶과 교차되며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피식,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밌다가도 코끝이 찡하게 뭉클한 풍경도 있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구절도 있다.


비비언 고닉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녀가 책에 묘사한 것처럼,


삶은 불완전하다.

인간도 그렇다.

도시는 화려한 활기 속에 잔인하고도 쓸쓸한 뒷모습을 가지고 있다, 고.


그러나 그런 불완전함과 쓸쓸함과 잔인함 속에도 여전히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 우리를 쉬게 하고 환기시키는 자연도 근처에 있다.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볼 마음만 갖는다면.


번잡한 도시의 아름다운 단절 속에 비친 현대의 삶-말로 다 못할 엄청난 자유가 있는 그 삶이 다른 시대가 한 적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보여주었다는 걸 알 만큼 오래 산 것이다. (...)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 심리적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비비언 고닉의 책 [짝없는 여자와 도시] 중에서 발췌


비비언은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에 빗대어 '고통을 주는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그 감정을 포기하길 망설이는 모순적인 인간'에 주목한다. 그녀 자신도 바로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비언은 그런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모순적인 부분을 끌어안고 용기 있게,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20250309_10 독서일지 by 리라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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