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산책길에 설치된 물줄기의 약동을 보는데 꼭 고래 떼 줄지어 행진하는 것 같다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좀 무섭기도 하다가 앞서갔다 얼마못가 뒤돌아오는 빤한 반복에 조금 짠하기도 했다 어차피 돌아갈 걸 뭘 그리 서두르는지
예전에 후배 한 명이 운전을 하다가 매너 없이 끼어드는 운전자를 보고 울화가 치밀 것 같으면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했다 ‘지금 저 이는 볼일이 급해서 발사 직전인 거야 소피든 물똥이든 차 시트에 내지를 순 없으니 운전을 내지르는 거라고 그러니 교양 있고 배려 많은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ㅎ
그런데 그 후배의 아는 선배는 사업을 성공해서 경차를 외제차로 바꾸니 끼어드는 차가 없어 좋다고 했단다
역시 정신승리보다 물질승리라며 너는 웃는다ㅎ
-김용택
쓸 때는 정신없어.
써놓고 읽어보면
내가 어떻게 이런 시를 썼지?
놀라다가, 며칠 후에 읽어보면
정말 싫다. 사는 것까지 싫어
당장 땅속으로 푹 꺼져버리거나
아무도 안 보는 산 뒤에 가서
천년을 얼어있는 바위를 보듬고
얼어 죽고 싶다.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르나보다.
+ 김용택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중에서
글을 내지르고 난 후의 저의 심정과 똑 닮은 시를 발견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