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리뷰
나는 말야...
마음이 울적할 땐 그림책을 봐.
가슴이 답답하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글 대신 그림을 보는 거야.
그림책 이야기를 하는 한 모임에 간 적이 있었어.
참석자 중 한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책을 읽을 수 없는
그런 시기가 있었대.
책을 참 좋아했었는데 활자로 인쇄된 글이
도무지 읽히지가 않더래.
그래서 그림책을 봤대.
그림책을 보는데 위안이 되더래.
마법처럼 모든 게 좋아지진 않았어도,
그림책을 보면서 그 시기를 잘 넘길 수가 있었대.
그때 그분이 소개한 그림책 중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해.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리디아가 도시에서 빵집을 하는 외삼촌 댁에 잠시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리디아는 외삼촌의 빵집 일을 도우며 지내다가 우연히 빵집의 건물 옥상을 올라가게 돼. 옥상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버려지고 그야말로 황폐한 공간이었지.
리디아는 삼촌의 일을 도우며 틈틈이 옥상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고, 정원이 완성되던 날 외삼촌을 놀라게 할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게 돼. 옥상정원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만들어 외삼촌을 초대한 것이지.
정원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모임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아!’ 하고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어.
그 페이지 속 만개한 정원 그림을 본 순간, 아마 우리 마음에도 활짝 핀 꽃들이 가득 들어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일까.
우리도 사실은, 황폐해진 마음속에 그런 아름다운 정원 하나 가꾸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에
동화작가 곽수진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이 시는 내가 구독 중인 봄날 작가님의 브런치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나도 무척 좋아하는 시여서 반가웠다는. ^^ 몰래(?) 라이킷만 하고 왔지만, 그림책도 너무 좋아서 한번 더 소개를 해볼까 해.
동네책방에서 만난 이 그림책은 보자마자 ‘어머 이건 소장해야 해.’ 하며 데리고 왔다는. ㅎ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겐지의 시와 눈이 환해지는 곽수진작가의 그림을 만나고 나면 잠시 먼데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돼.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는 동화작가이자 시인, 농업과학자로서 그가 살았던 당시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제국주의와 전체주의가 팽배한 시대였어. 그로 인해 소박한 삶, 타인을 위한 삶을 노래한 겐지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해.
그는 살아생전 굶주림에 시달리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급성폐렴으로 삶을 마감하지. 그 뒤 겐지의 동생이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겐지가 수첩에 써둔 100여 편의 동화와 400여 편의 시를 발견하고 세월의 지나 그의 작품은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해.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던 <은하철도의 밤>.
<비에도 지지 않고>는 겐지가 1931년 11월 3일에 작성했다고 추정한 시로 수첩에 적혀있던 제목은 <11월 3일>이었다고 하네.
- 작가소개에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