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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May 10. 2016

미하엘 엔데의 마법

끝없는 이야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동화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품으로 이 매거진을 시작하기로 했다. 책의 두께와 작가의 다른 대표작에 밀려 내게 있어선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책이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아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끝없는 이야기>를 들춰보자.


<모모>로 유명한 작가 미하엘 엔데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특별히 동화를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을 것 같다. 나도 미하엘 엔데의 책은 <모모>만 있는 줄 알았다. 꽤 오랫동안 <끝없는 이야기>나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라는 책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같은 작가의 책인 줄도 몰랐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어른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동화에서 멀어진다. <끝없는 이야기>나 <모모>는 성인이 되어 꼭 한번 다시 읽어보길 부탁한다. 어찌 보면 일반 도서보다 더 묵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묵직함은 어린 시절엔 눈치채기 어렵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모모>는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더 큰 울림이 있다. 고학년 추천도서 중엔 이런 류의 책이 생각보다 많다. 좋은 글을 읽고 싶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도서를 찾아보자.


파란 하늘색 계열의 북커버가 있었다. 커버와 책표지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보는 동안 엄청 거슬린 커버를 벗겨서 잘 두었는데, 어디다가 잘 둔건까?


<끝없는 이야기>와 비교될 만한 책은 무엇이 있을까? 단순히 비교할 순 없지만,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의 선상에 있는 서사라고 말하고 싶다. 판타지 영화나 소설의 팬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본문 내용만 686페이지. 아동도서용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시원시원한 편집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손이 가는 분량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중엔 비소설을 제외하곤 <나니아 연대기> 다음으로 두꺼운 책이다. (백과사전만 한 두께를 자랑하는 <나니아 연대기>는 한 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긴 시간 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사기 전에 E-book을 이용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여러 번 책을 보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앞서 말한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에 뒤지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줬다는데서 이 정도 분량은 너무 간결해 놀라울 정도다. <모모>의 분량도 결코 적진 않지만, 내 경우엔 <끝없는 이야기>를 훨씬 더 몰입해서 빨리 보았다. 


미하엘 엔데는 이렇게 긴 페이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엄청 재미없게 이야기하자면 자신감 없는 소년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환상 속의 세상에서 자아를 찾아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환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우리에게 얼마나 대단한 세상을 보여줄까 싶지만, 개인적으론 그 어떤 세계관보다 설득력 있었다. 등장하는 작은 인물 하나하나에도 꽤 긴 사연이 있어 보인다. 덕분에 초반은 몰입하기 쉽지 않고, 컨디션에 따라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트레유가 등장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갑자기 스케일이 커지고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바스티안이 모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누구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끝없는 이야기>의 초반부만 보고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만 더 인내심을 기른 뒤 재도전하기를 권한다. 


<끝없는 이야기>의 모험은 앨리스의 모험과 비교해도 될 정도다. 앨리스처럼 친구도 만나고 적도 만난다. 아트레유, 푸후르 책을 이미 읽어버린 내가 부르면 추억이 될만한 이름이다. 그리고 아이의 환상의 현실로 끌어준 존재 칼 콘라트 코데안더씨.


수많은 사건 중에 가장 인상 깊고, 어려웠던 부분은 그라오그라만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밤마다 맞이하는 죽음, 다시 깨어나는 아침. 그라우그라만과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다른 질문을 갖게 하지만, 결론쯤에 바스티안을 설득하는 그라우그라만의 목소리가 대답해준다.


여기는 오직 삶과 죽음, 페렐린과 고압만 있고 이야기가 없습니다. 주인님은 주인님의 이야기를 경험해야 해요.


항상 같은 대답이지만 내게 모든 질문의 정답인셈이다.



B.B.B와 K.K.K는 끝없는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D.D.D나 J.J.J 를 기다리겠지. 

혹시라도 내가 그중에 하나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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