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랑스러운 마음
모리야마 미야코의 <노란 양동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
일본에서는 엄청난 히트작이고, 스테디셀러다. 우리나라에서도 긴 시간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만큼 유명하냐고 물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동화를 늘 접하고 있는 나나 내 주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표본이 될 수없으니 답답하다.
이 책은 내가 본 책중에 가장 동화다운 글이다. 뭐가 동화다운 거냐 묻지 말고, 이 책을 읽어라. 한 권을 덮기 전에 동화 다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노란 양동이>는 아기 여우 시리즈의 첫 권이다. 총 다섯 권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네 권만 보았다. 첫 책을 보고 나머지 권도 바로 샀는데 다섯 번째(?) 책은 왜 못 본 걸까? 묶음으로 파는 곳에서도 네 권만 묶여있는 걸 봐서는 한 권은 우리나라에 출간 전이든지 조금 다른 형태로 들어와있을지도 모르겠다.(혹시 아는 분이 계시다면 가르쳐주세요.) 일단 나는 내가 접한 책 네 권을 가지고 짧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첫 책인 <노란 양동이>의 인기에 힘입어 나머지 책들이 나올 수 있었을 거다. 아기 여우가 가지고 싶은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다. 버려진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한 양동이가 갖고 싶던 아기 여우는 친구들에게 상의한다. 어린 동물친구들은 기간을 정하고 그 후에도 노란 양동이가 제자리에 있다면 아기 여우가 가질 수 있다며 의견을 모은다.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어른인 내가 보기엔 결론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 중에 너무 아이 같지 않은 결론이다라는 의견도 다수 있는 걸 보았다. 생각해보니 공동체 의식이나 공공질서의 의식 수준이 높은 일본의 색채가 있는 것 같다.
다음 권인 <보물이 날아갔어>, <흔들다리 흔들흔들>는 <노란 양동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감각에 의존한다. 그래서 색다르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다. <노란 양동이>를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꼭 이 두 권도 읽어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그 아이를 만났어>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흔들다리 흔들흔들>의 후기 같은 이야기이다. 앞선 책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인물, 새로운 공간의 중요하게 등장이 등장한다.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한권만 남겨놓을 수 없으니 마저 다 읽었지만 마음속에선 딱 세 권만 같은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이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하다는 말을 아니다. 그냥 앞선 책들과는 결이 다르다. 책을 다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 하지만 책을 덮기 직전에 작가의 말을 읽고 궁금증은 풀리고 납득이 갔다. 독자의 요청. 특히 아이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거다. 생각해보면 마냥 해피엔딩을 좋아하고, 결론이 딱 지어지길 기다리던 시절이 나에게 있었다. 그러니 아동을 위해 쓴 책이라면 아동이 원하는 결말을 어떤 식으로든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거다. 하지만 다 큰 성인 독자로썬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동화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단다. 앞선 글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노란 양동이>다. <흔들다리 흔들흔들>도 <노란 양동이>만큼 좋았지만, 첫권에 플러스 점수를 주겠다.
어린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부모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 다 컸다고 자만하는 어른이 있다면 가끔 이런 동화를 읽기를 권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30분이면 조금 재미있고, 아름답고, 30년쯤 기억에 남을 이야기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의 불만은 단 하나는 인쇄의 퀄리티다. <노란 양동이>가 특히 그렇다. 표지마저 그림이 흐릿하다. 내가 원작을 보지 못해서 어떤 식의 책을 가져온 건진 알 수 없지만 분명 출판물을 가져왔을 텐데, 웹용 그림을 인쇄한 것처럼 느껴지는 저퀄이 삽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삽화가도 유명한 작가인 듯 싶은데, 게다가 이 책에서 그림의 빈도나 중요도가 결코 적지 않은데 이상하다. 그래도 나머지 책들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인쇄의 질과는 별개로 책장에서 자주 꺼내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