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세 작가와의 파펨 season#10 의 콜라보 이야기
향수&향기 Startup 파펨에서는 매달 새롭게 출시되는 네 가지의 향수의 이미지 카드 (향기를 표현하는 이미지, 스토리, BGM 이 적힌 카드)를 만드는 작업을 다양한 영역의 Artist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세 번째로 윤만세 작가와의 작업을 완료하고 출시를 완료하였습니다.
윤만세 작가와의 작업에 대한 behind story를 만나보세요~
디자이너로 일하는 인디 아티스트. 윤만세닷컴의 윤만세. 늘 라디오를 듣고 있습니다.
yoon10003.com / instagram @yoon10003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글과 그림, 음악 모두 마음대로, 심지어 향 이름까지도 제가 정하는 거더군요.ㅎㅎ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좀 더 마음에 드는 걸 만들려고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작업의 계기가 필요했는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완벽한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작업은 대부분 음악에서 출발합니다. 네 개의 향을 마주하니 자연스럽게 비틀즈가 떠올랐고 향과 어울리는 네 가지 풍경과 네 사람, 하지만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붙여놓고 배경을 먼저 구상했는데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억지스럽지 않게 배경을 연결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가능한 조합을 다 시도해보았답니다. 결과적으로 카드는 세로로 연결되고 4번 카드를 맨 위로 올리면 다시 1번과 연결됩니다.
배경을 완성한 시점에 비틀즈가 비틀즈를 연기한 ‘A Hard Day's Night’이 갑자기 개봉했습니다. 국내 최초 개봉이라는데 이 소식을 모르고 있던 저로서는 ‘나 보라고 개봉한 영화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운명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젊은 시절의 비틀즈를 그려 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애청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아티스트 미니 스페셜 코너에서도 때마침 비틀즈 편이 몇 주에 걸쳐 방송되었는데, 일요일 오후 노을 빛으로 빨갛게 물든 방 안에서 배철수 아저씨가 소개하는 비틀즈의 멋진 음악들을 들으며 작업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행복했습니다.
타이밍이라는 건 참.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향을 맡으며 떠오르는 풍경을 그리고, 그곳에 있을법한 멤버를 상상하면서 음악을 골랐습니다.
모두 비틀즈의 음악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들입니다.
#1 왠지 모를 시원함이 느껴져 날고 있는 (또는 헤엄치고 있는) 존 레논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듯 그와 어울리는 몽환적인 곡입니다. #9 dream
#2 울창한 숲 속에서 느긋하게 누워있는 링고 스타에게 불어올 것만 같은 바람의 향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흔한 나무 향이 생각나는 곡을 골랐습니다. Norwegian Wood
#3 여성스러우면서도 묘한 느낌의 향이라 거짓말 같은 풍경 속의 폴 매카트니를 떠올렸습니다. (이런 식의 꿈을 꾸고 그 멋진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려나요.) 묘한 하루, 묘한 느낌엔 이 곡이 딱이라고 생각합니다. A Day In The Life
이 그림에는 나름대로 ’이상한 날의 폴’이라는 부제도 붙여보았습니다.
#4 향을 맡으며 혼자 조용히 기타를 치는 조지 해리슨을 상상하니 자연스럽게 이 곡이 떠올랐습니다. Here, There And Everywhere.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향수에 대해 향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좋아하는 향만 좋아하다 보니 경험의 기회가 부족한데, 매달 새로운 향을 제안받는 느낌이 좋습니다. 몰랐던 향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고 인생 향수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실패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어서 괜찮습니다.ㅎㅎ
사실 6월의 컨셉은 '이도 저도 아닌’이었습니다. 봄도 아니지만 여름이라 하기에도 부족한 계절이고 딱히 큰 특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알 수 없는 계절의 향이 낮도 밤도 아니고, 땅 위인지 물속인지 헷갈리고,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비틀즈의 도움이 컸습니다. 향을 맡고 비틀즈를 듣다 보면 이런 풍경을 그리자 하는 게 떠올랐습니다. 음악, 사랑, 마음, 향기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ㅎㅎ 비틀즈를 잘 모르셨던 분들도 비틀즈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