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놓기엔 작아서요
작업을 하면서도 휴식은 중요하다.
그래서 언제든지 작업하다가 그대로 누워 잘 수 있는 빈백(Bean Bag)을 들였다.
일본 생활을 했을 때 생긴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로, 나는 내 머리 위에 무언가가 있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다.
새벽에 갑작스럽게 울리는 진동과 물건이 덜그럭거리는 소리,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서 집안의 물건들은 대부분 좌식, 혹은 내 눈높이 위주에 맞춰져 있다.
당분간, 혹은 평생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불편하지 않으니 괜찮다.
오히려 좌식, 낮은 가구 배치로 바꾸다 보니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생긴다.
내 키도 작은 편이니 어쩌면 나에게 딱 맞는 생활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작업공간에 소파를 놓을까 생각했었는데, 둘 자리도 애매할뿐더러 자리도 마땅치 않다.
그러던 나에게 눈에 들어온 상품이 있었다. 말랑말랑한 빈백이었다.
좌식에 가까운 생활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소파 두기엔 애매한 생활이 되었기에 이 상품이 딱이었다.
쇼룸에서 앉아본 뒤 그대로 잠이 들 뻔했다.
그래. 사자.
빈백은 창가 근처 작업용 좌식 테이블 옆에 두었다.
빈백 주위에 방석을 깔아놨더니 제법 그럴듯해졌다.
작업하다가 지치면 빈백에 기대 눕거나 앉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읽거나 누워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에도 괜찮다.
작업과 휴식이 가능한 곳.
나에게는 소중한 작업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