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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아 May 12. 2022

#04 욕조도 가끔 작업공간이 되곤 합니다.

휴식과 작업 사이

 
 

몸을 따뜻하게 하는 욕조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리 뻗기 어려운 작은 욕조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휴식, 작업 공간이 되어준다.
 


 여건상 목욕보다 샤워 위주의 생활이지만, 가끔 물을 채워 목욕하며 주변 환기를 한다.
  



 “또 막혔네.”




 작업하다 보면 진행이 막힐 때가 많다.
 그러다가 술술 뚫리곤 하지만 가끔은 며칠, 몇 주간, 심지어 한 달간 끙끙 앓아누울 때가 있다.

     

최근에 작업하던 웹소설이 심각할 정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비공개 필명으로 작업하는 작품이라 주변에게 도움도 청할 수 없었다.


작업은 더딘데 마감이 점점 가까워지는 탓에 조바심이 났다.

이대로 출간할 순 없다.

 그대로 벌떡 일어서 욕실로 들어갔다.    

 

미니 욕조를 북북 닦고 뜨거운 물을 채운다.

작은 욕조라 10분 남짓 물을 채운 뒤 아껴둔 입욕제를 꺼낸다. 화사한 벚꽃향이다.
몽글몽글 입욕제 향이 욕실 가득 차기 시작하면 창문을 활짝 열고 집 안을 환기한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돌기 시작하면 술렁술렁 옷을 벗고 가볍게 샤워 후 욕조로 들어간다.
 



 “아. 따뜻해.”
 



 온몸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것처럼 머릿속도 맑게 변한다.

끙끙 앓는 것보다 가끔은 이런 단순한 해결방법이 답일 때가 있다.


 욕조 안에서 막혔던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 보면 진행이 풀리기 시작한다.


몇 주간 끙끙거렸는데, 해결책은 단순했다.

'관련 사건을 더 추가할 것.' 

인물의 행동 정당성을 위해 몇 사건을 추가하면 될 일이었다. 큰 사건도 아닌, 작은 에피소드 추가만 해도 스토리가 이어지는 일을 나는 얼마나 끙끙거렸던가. 

새삼 술술 써 내려가는 능력 있는 작가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잊어버리지 않게 중얼중얼 소리 내 말해보기도 하고 머릿속에 새겨 넣기도 한다.

 

따끈따끈해진 몸을 수건으로 닦고 다시 자리에 앉아 글을 썼더니 막혔던 부분이 술술 써진다.

휴식이 필요했던 걸까. 혹은 작업공간(?)을 바꿔서 그런 걸까.

가끔 욕조 안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욕조 안도 작업공간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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