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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Nov 05. 2020

방송국놈들의 새로운 시도  다큐짬짜면? "다큐플렉스!"

MBC 신규 다큐 프로그램 <다큐플렉스>에 대해 알아봅시다. 아주 재밌게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다소 올드하게 바라본다. 대부분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파리 초원의 동물이 뛰어다니는 자연 다큐나 혹 ‘그것이 알고싶다’류의 탐사 다큐, ‘인간극장’ 같은 짙은 휴먼 다큐를 떠올릴 것이다. 대표적으로 흥행한 다큐 프로그램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는 예능만큼 친숙하지 않고 드라마보다 매니아층이 두껍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다큐멘터리는 재미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편견이다. 예능과 드라마만큼 다큐멘터리도 장르와 포맷에 따른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심지어 정말 재밌다. 다큐멘터리는 발견과 폭로의 예술일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실을 창조적으로 묘사하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다큐멘터리’로 발견했을 때 순간 번쩍이는 당신의 심장은 실제 세계이기에 그 어느 드라마보다 극대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다큐멘터리를 ‘선택’해야할까?



다큐멘터리계의 짬짜면 MBC의 ‘다큐플렉스’

처음 짬짜면이 나왔을 땐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짜장면과 짬뽕을 둘 다 먹고 싶다!’라는 단순한 시작으로 우리는 짜장면과 짬뽕을 함께 먹을 수 있는 큰 행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짬짜면처럼 색다른 시도가 다큐멘터리에도 일어났다. 흔히 다큐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라는 큰 틀 안에서도 특정한 ‘장르’를 가지고 있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슈 및 범죄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가는 탐사 다큐멘터리이고, 과거 MBC의 ‘아마존의 눈물’은 아마존 강유역의 밀림을 기록한 명품 자연 다큐멘터리였다. 이 외에도 기획 다큐, 휴먼 다큐, 역사 다큐 등 다큐멘터리의 장르는 참 다양한데…. 이런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볼 수는 없을까? 다큐멘터리의 장르를 굳이 구속시킬 필요가 있을까? 참신하고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탄생했다. MBC의 다큐플렉스! 2020년 9월 3일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진 신규 프로그램이 도착했다.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만 본 사람은 없다. 다큐플렉스는 다큐멘터리와 플렉스의 합성어로, 정통 다큐멘터리는 물론 강연, 아카이브, 시트콤, VR 등 다양한 팩추얼 장르를 선보인다.’ (다큐플렉스 기획의도)


현 언택트 시대를 담은 ‘호모 언택트’부터 드라마 커피프린스 주인공들을 다시 만난 ‘청춘다큐 다시스물’ , ‘은이네 회사’ <다큐플렉스>가 지향하는 다큐멘터리들은 참 다채롭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큐플렉스 <콜드케이스>, 프로파일러의 미제사건 수사 직관하기(!)

한 때 드라마 <시그널>에 흠뻑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시그널>은 과거와 연결되는 ‘무전기’라는 매체로 시작해 장기 미제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미제사건의 숨겨진 단서를 밟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볼 때면 카타르시스가 뿜었고, 가슴 쪽엔 범인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형사들이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궁금했다. ‘정말 미제사건 수사는 어떻게 할까?’ 그런데 바로 실제 프로파일러의 수사를 직관할 수 있는 방송이 나타났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미제사건을 추적하는 두 형사가 있다. 바로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표창원이다.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뉴스 혹 유명 범죄시사 다큐멘터리에서 봤을 법한 프로파일러이다. 프로파일러는, 형사는 도대체 어떻게 장기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것일까? 그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 바로 MBC 다큐플렉스의 ‘콜드 케이스’편이다. <다큐플렉스> 안에서도 총 2회차로 구성된 ‘콜드케이스’는 권일용, 표창원 프로파일러가 미제사건인 ‘목포 예비간호사 살인사건’과 ‘기동슈퍼 할머니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해자 유가족을 만나고, 직접 사건 현장으로 가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모든 새로운 가능성과 접근을 열며 수사한다.

피해자의 언니는 적어도 동생에게 당당히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범인을 찾았노라고..
두 프로파일러가 직접 당시 범죄 현장에 가서 단서를 찾아본다.
콜드케이스와 전남미제 전담수사팀이 함께 수사하는 과정(!)

콜드케이스 1편에선 표창원, 권일용과 전남미제 전담수사팀이 함께 프로파일링했는데 서로 의견 차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현실감이 와 닿았다. 방송은 현장 조사 및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는 수사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마치 내가 표창원,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일부가 된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시간 속 잊히는 장기 미제사건들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마지막 부분에는 범인에 대한 경고와 시청자들의 제보를 간절히 바란다. 보는 눈이 많아진다면 범인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콜드 케이스>는 시청자와 장기미제 사건을 살피며 함께 추리할 수 있는 입체적인 방송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범인의 뒤를 쫓는 형사들과 수많은 시청자의 눈이 존재한다. 해당 사건이 방송을 통해 다시 화자되어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목포 예비간호사 살인사건’의 범인 단서

*콜드 케이스(Cold Case)는 그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범죄나 사고, 미해결 사건을 말한다.



‘다큐플렉스’라는 세련된 이름만큼이나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은 확실하다. 기존 MBC 스페셜과 다소 짧게 끝났던 시리즈M에 비해 확실히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은 정체성이 모호한 느낌이다. 앞으로 다큐플렉스가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정해질 것이다. 때론 확실하지만 절제된 다양함과 다채로움으로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의 진가와 재미를 ‘오래도록’ 전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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