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발견한 멋진 대외활동 후기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는 해야 한다
나는 꽤 드라마에 진심인 사람이다. 심심풀이 삼아 그동안 봤던 드라마들을 적어봤는데 약 130개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더라. 월화드라마에 빠졌을 땐 월요병이 없었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행복한 취미를 갖고 있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월요병이 생기는 마법) 드라마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레 방송으로 이어졌고, 방송국에 대한 환상과 꿈을 품으며 자랐다.
2020년, 그 환상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 MBC 대외활동인 'MBC 청년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는 것. 하지만 M씽크 모집 글을 보고 자신감이 조금 없어졌다. 당시 신입생인 데다 대외활동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방송국 MBC에서 모집하고, 2차 면접도 있고, 나보다 뛰어난 지원자도 많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원서 다운로드만 해놓고 시간을 지체했는데 문득 하루 전날 밤 나의 고민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냥 하면 되는 걸. 떨어져 봤자 아는 건 나뿐인데 뭐.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는 일단 해야 한다. 결심 후 고요한 새벽에 혼자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1분 지원 영상을 만들었다. 새벽에 영상을 만들어서인지 그 영상은 살짝 병맛(…)이었다. 드라마 팬의 입장으로 'MBC 드라마'를 친구로 설정하고 말하는 편지 형식의 영상이었다. 지금 다시 보면 뭐 이런 걸 만들었나 싶지만, '색다름'을 좋게 받아주신 것 같다. 그렇게 새벽의 결심은 1차 합격, 면접 후 합격까지 이어져 MBC 청년 시청자위원이 되었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누군가 M씽크 4기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은 지원해보길 꼭! 바란다.
+ 면접 후담을 살짝 덧붙이자면 사실 면접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면접 후 MBC 다이어리를 준다는 후기를 보고 가서, 빨리 다이어리를 받고 싶어 신나게 방송국에 방문했다ㅎㅎ. 기초적인 예상 질문만 준비했고, 어려운 질문은 없었다. 나중에 총경쟁률이 10:1이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자신감 있는 태도와 기존 1차 제출 서류가 중요한 것 같다(개인적 의견).
내가 만든 영상이 조회 수가 백만뷰가 넘는다면?
M씽크를 하며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다. 라디오국 체험, 예능 PD, 드라마 PD 강연을 비롯한 테마활동은 늘 유익하고 알찼다. 놀면 뭐하니, 출발! 비디오 여행,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카이로스 등 MBC 여러 프로그램 FGI 참여는 항상 재밌었다. (나는 FGI 올 출석생이었다ㅎㅎ) 매달 상암 DMC에 가는 날은 기분이 정말 좋았고,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M씽크는 방송국 키자니아 체험 같다고 말했다. 특히 MBC 구내식당을 많이 갔었는데, 갈 때마다 한결같이 맛있었다. MBC 구내식당 먹고 MBC에서 더 일하고 싶어 졌다.
그중 가장 잊지 못할 경험을 꼽으라면 바로 내가 제작한 콘텐츠가 100만 뷰를 넘긴 것이다! M씽크 콘텐츠 제작은 매달 1회 자유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일부 영상이 MBC 공식 유튜브로 업로드된다. 나는 지원 영상을 만들고 지원서를 쓸 때부터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지 구상했었다. 바로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의 요약본 영상이다. 2018년 방영 당시 <미치겠다 너땜에>를 시청하며 ‘이 드라마 나만 알기엔 너무 아까운데….’라고 생각했다. 좋은 건 다 같이 봐야 한다는 선한 영향력과 선견지명이 발동된 것이다. M씽크가 되고 <미치겠다 너땜에>를 드라마 요약본을 만들었고, 영상은 대박이 났다! 업로드 주에는 조회수가 20만 안팎이었는데, 갑자기 김선호 배우가 인기를 얻으며 영상이 100만 뷰를 넘겼다. 재주는 김선호 배우가 부렸지만 내가 만든 영상이 조회 수가 백만이 넘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흐뭇.. 가끔 지인들이 본 영상이라며 연락을 줄 때 정말 웃기고 뿌듯했다. 최근 MBC에서는 드라마의 역주행에 힘입어 <미치겠다 너땜에>를 재방송해줬는데, 내가 그 역주행에 아주 조금의 보탬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제 제작자가 되어 참여한 창작물을 대중들이 좋아할 때 얼마나 행복할지 그 행복감을 일부 체감해본 느낌이었다. <미치겠다 너땜에> 요약본 영상과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화사 영상을 합치면 도합 300만 뷰가 넘는다. 많은 사람이 내가 제작한 영상을 봐줘서 뿌듯했고, 덕분에 조회수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M씽크를 마치며…나에게 M씽크란
반년 넘게 M씽크를 하며 무엇이 달라졌을까. 좀 더 세밀한 시선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비평하고, 고민하고, 성찰하게 되었다. MBC 프로그램이 부진하면 괜히 내가 속상했다. TV를 보다가도 개선점을 떠올린다. 등등……. 청년의 입장으로 더 가깝게 MBC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제 MBC 내 친구다.. 반박은 받지 않습니다.
M씽크로서 마지막 글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 콘텐츠도 잘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끝이라니!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해단식을 대면으로 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혼돈의 2020년, 내게 M씽크는 한 해를 버티고 나아갈 힘을 준 원동력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테마 활동을 하러, FGI를 하러 디지털 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상암 MBC까지 걷는 길은 참 설렜다. 유독 날씨가 좋았던 기억도 있다. 반복되는 출근길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더 알아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내가 부디 그 설렘을 잃지 않고, 또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M씽크는 끝났지만, MBC에서 소중했던 기억들은 내게 꾸준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M씽크 3기분들의 콘텐츠를 보며 감탄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 글을 빌어 M씽크 3기 분들 모두 함께 12월까지 달려오느라 수고 많으셨고, 에디터님들께도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이 되시길 바라며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건강하시길!
마지막으로 만나면 좋은 친구 MBC야~ 함께 해서 즐거웠다. 앞으로 쭉~ 지켜볼게. 또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