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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Aug 06. 2022

비상선언, 왜 재미가 없었을까?

내가 먼저 영화관에서 내리고 싶은 영화


*주의:  리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은 개개인이 다를  있습니다.


비상선언을 봤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신파여도 어느 정도 울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감독이 눈물을 흘리라고 버튼을 눌러주면 잘 우는 제법 착한 관객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140분 중 정확히 100분 정도는 집에 가고 싶었다. 이 영화가 ‘140분’을 쓸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영화관에 가는 행위는 점점 돈이 든다. 영화관의 상영 영화를 즐기려면 많으면 만원 후반대의 티켓값, 추가로 팝콘과 콜라 가격까지 2만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그래서 영화가 재미가 없으면 화가 나고, 영화평을 확인하고 영화관에 가며, 점점 영화관에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점점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를 원하다. 하지만 웅장하고 화려한 스케일의 영화일지라도 기본 전제는 전개와 캐릭터의 서사가 매끄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상선언은 이를 해내지 못했다. 비상선언, 왜 재미가 없었을까?


*참고: 비상선언은 기내 안에 위독한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을 담은 영화이다.




1. 헛웃음이 나는 전개, 설득 불가능한 신파

나는 신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신파로 비판받았던 ‘신과 함께’, ‘국제시장’ 등은 재밌게만 봤다. 문제는 신파의 설득 성이다. 냅다 울어라 꽂은 장치의 앞뒤 맥락에 얼마나 상응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비상선언>의 맥락은 헛웃음이 나온다. (정말 보면서 실소를….) 승객들이 인터넷 속 여론을 보고 전부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집단 자살을 결심하는 부분, 비행기의 착륙조차 막는 한국. 생존한 승객 중 가족이 없어서 본인의 생사가 중요한 사람은 없었을까? 이병헌의 아이의 아토피를 보고 기겁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착한 아이병에 걸린 듯 착륙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을 때 헛웃음이 터졌다. 또한, 반복되는 상황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는 결말에 닿기 전 여러 차례 작은 반전을 거듭한다. 비슷한 위기와 대치가 반복되며 진이 빠진다. 감독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원한 것 같은데, 적당히 예측 가능한 전개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언제까지 할 거냐…’이다.


2. 왜 이렇게 긴가요?

재난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길어도 너무 길다. 영화 상영시간 140분 자체도 길지만, 내용도 메시지도 너무 많다. 생략이 가능한 부분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은 끝나지 않은 재난의 현실, 후유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 긴 이야기에 지쳤다 보니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영화의 140분 중 40분 정도는 버렸다면 더 나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3. 임시완이 다한 영화

이 영화의 초반부의 힘은 정체모를 음습한 임시완의 분위기에서 나온다. 임시완이 비행기에 타고 바이러스 시체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기내와 지상을 대비해 보여주며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었다. 특히 임시완의 연기는 자기 연민에 빠진 지질한 인간 군상을 드러냈다. 잘생긴 얼굴이 거북해질 정도니 대단한 연기력이다. 그러나 임시완이 죽고 나서는 영화는 맥이 빠지고, 전개도 종잡을 수 없이 몰락한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에 집중해서인지 인물의 쓰임 역시 아쉽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서사에 관한 분량이 적었다. 오히려 캐릭터 서사 위주의 전개였다면 좋았을 법하다.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아쉬운 요소들이 많다.





한 줄 평: 투머치 하고 중심이 없는 영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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