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21. 1. 6)
1.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우리를 외할머니댁에 맡기셨다.
힘든 짐 덜어 외할머니 어깨에 잠시 얹으셨다.
그렇게 우리의 방학은
여름엔 옥수수에 매달리고
겨울엔 꽁꽁 언 또랑과 논바닥을 달렸다.
옥수수, 논밭, 또랑에 계시던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94세...
병 수발 없이 폐렴 4일 만에 돌아가셨다.
검사를 해보니 폐암도 있으셨다.
요양원에 계시는 몇 년 동안
얼마나 집이 그리우셨을까?
자식은 또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요양원에서 그리움 삭히며 병을 얻으셨을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2.
순하디 순한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시집와
밥 한 끼 못 먹고 돌산에 밭을 맬 때
멀리 보이는 친정집
밥 짓는 연기만 바라보며
울기만 하던
그 새색시...
이제
돌 산도 배고픔도 그리움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