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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영 wave Aug 10. 2022

어머니의 어머니

시 (2021. 1. 6)

1.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우리를 외할머니댁에 맡기셨다.

힘든 짐 덜어 외할머니 어깨에 잠시 얹으셨다.

그렇게 우리의 방학은

여름엔 옥수수에 매달리고

겨울엔 꽁꽁 언 또랑과 논바닥을 달렸다.


옥수수, 논밭, 또랑에 계시던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향년 94세...

병 수발 없이 폐렴 4일 만에 돌아가셨다.

검사를 해보니 폐암도 있으셨다.

요양원에 계시는 몇 년 동안

얼마나 집이 그리우셨을까?

자식은 또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요양원에서 그리움 삭히며 병을 얻으셨을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2.

순하디 순한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시집와

밥 한 끼 못 먹고 돌산에 밭을 맬 때

멀리 보이는 친정집

밥 짓는 연기만 바라보며

울기만 하던

그 새색시...

이제

돌 산도 배고픔도 그리움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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