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전력질주
화창한 주말 기분도 화사한 날이었다. 모처럼 가족 모두 시장 나들이에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골목 입구 계단 밑 트럭에서 사과 한 짝을 샀다. 아버지는 나무판을 이어 만든 사과 궤짝을 양 손으로 들고 집으로 오르셨다. 계단 길이는 100m는 족히 넘었다. 가장 꼭대기에 우리 집이 있었다. 헉헉대며 대문 앞에 막 도착할 즈음 아버지가 잡고 있던 나무 궤짝이 부러졌다. 그 순간 사과가 와르르 쏟아졌다. 40여 개가 넘는 사과는 힘겹게 오르던 계단 밑으로 다시 굴러 떨어졌다. 전국체전 육상선수처럼 사과는 그들의 인생 최대 속도로 달렸고 나는 사과를 잡으러 인생 최고 속도로 달렸다. 사과가 먼저 결승점에 도착했다. 내가 졌다. 미친듯이 달려 내려간 사과들은 차도를 가로질렀다. 몇몇 사과는 계단 턱에 걸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깨진 것과 차도로 넘어 간 것은 놔두고 조금이라도 먹을만한 사과는 끌어안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사과 한 상자에 평온한 주말은 순식간에 육상 대회 결승전이 되었고 필사적으로 잡으러 간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빠지직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도망치듯 탈출한 사과들, 100m 전력질주한 빨간 가을 사과가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그날 이후 학창 시절 내내 반대표 달리기 선수가 되었다. 작은 키, 검은단발, 호리호리한 몸, 달려라 하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