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성장은 단순히 확장되고 커지는 것이 아니다. 내면을 채우면서 넓어지는 것이다. 빠른 성장과 성과를 위한 공부법, 성공하는 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자신에게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진정한 성장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이 찾아가는 과정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쌓여가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태도는 다른 시도를 할 때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진정한 성장은 따라가느라 바쁜 분주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쌓아가는 것이다. 성장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밀도 높은 채워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어른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어른과 어린이가 합쳐진 단어로, 나이는 어른이지만 마음이나 여러 면에서 어린이와 같은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어떤 상태가 성인의 마음인지 나이에 맞는 마음인지는 규정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나이와 마음의 나이가 다르다고 여긴다. 둘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나이가 늘 어리다고들 말할 것이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줄 아는 유능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미숙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하는 일에 있어서는 미숙한 면이 더욱 도드라진다.
그래서 일까? ‘~린이’라는 단어들이 많이 생겼다. 자전거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자린이’, 배틀그라운드라는 FPS 게임에 접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은 ‘배린이’,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은 ‘주린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스스로 칭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이나 취미생활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미숙하고 어리둥절하며 헤매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상 처음같은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배우고 실수하면서 익히는 가운데 개선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어른이’일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고, 능숙한 사람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변화가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처럼 미숙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처음 겪는 일에는 늘 마음 졸이기 마련이다.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서도 동일하다. 나이가 있다고 해서, 늘 마음이 덤덤한 것도 아니다. 나이와 별개로 억울한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고 울분을 토하고 싶기 마련이다. 이는 마음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어른이’와 달리 어린 아이들은 많은 경우 용서를 받는다. 실수를 하더라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많은 보호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모른다고 무조건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을 통해, 그리고 관계를 통해 배우는 만큼 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없게 된다.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관계와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는 관계에 있어서 좋고 싫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단지, 그냥 싫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는 달라진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기란 어려워진다. 불편한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이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고심하게 된다. 심지어는 싫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질 때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 보고 끝이니까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같은 공간에 오랜 시간 함께 있어야 할 때는 우선은 참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업무나 상황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숙제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평가와 불이익이 따른다. 피하고 싶은 상황도 분위기나 책임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할 때가 생긴다. 참여하기 싫은 마음과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달리,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처럼 하기 싫은 것과 피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 감정을 숨겨야 하기에 나이와 마음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다. 늘 ‘어른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어릴 때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용인되었지만, 어른이 되면서는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시되고 솔직함보다는 조율이 요구된다. 이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와 사회적 역할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로 남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간극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온전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성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숙함을 자각하고,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