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알게 되더라.

1. 헬스장 장기회원권을 끊어놓고 안 가는 마음의 변심

by 영이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적은 월급으로도 곧 죽어도

사수하는 고정지출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운동 센터를 결제하는 것이다. 어릴 적 우 엄마는 나를 항상 운동을 시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3.8kg 과체중으로 태어났지만 근육이 부족한걸 우리 엄마는 아마도 알고 있어서 시켰으리라지레짐작해본다.


아무튼, 공부하는 학원은 안 보냈지만 운동만큼은

적어도 한 가지씩은 다녔던 루틴이 어릴 때부터 계속된 탓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운동 한 가지를 꼭 하고 있었고 돈을 벌기 전 학생시절에도 홈트레이닝을 목숨 걸고 지켰다.


필라테스와 요가, 수영 발레 웬만한 운동은 다 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중반까지 걷는 건 주변인이 볼 때 " 또 걸어가? "라는 말을 연신해 댔던 나 자신이었다.


정적인 운동에 속하는 필라테스 요가 발레와 같은 운동을 연 4년 정도 하던 중 ,

러닝머신이 매우 타고 싶었고 활동성 있고 자율적인 운동을 하고 싶다 생각하게 되었다.

때마침 30대라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잇살이

붙었고 활동량은 현저히 떨어져서 체중계의 앞자리가

6에 육박했던 그때, 충격에 휩싸여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며 헬스장을 등록했다.


첫 3개월은 그럭저럭 재밌게 잘 다녔다. 처음 다니는 헬스장인데 첫 시작부터 새벽 6시 헬스장 오픈런 운동

즉 새벽운동을 해버렸고 재미가 붙어서 웬만하면 새벽에 나갔었다. 그리고 다시 6개월 재등록을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처음부터 삐그덕 거리는 게 아닌가?

평소에 잘 걸리지도 않던 독감이 걸리는가 했는데

성인 감염률이 현저하게 낮은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려버렸고 그 전염병은 독하기도 무지하게 독해서

2-3주가량을 고-미열을 왔다 갔다 하는 열을 달고 살았고 또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았으며 인후통은 얼마 심한지 흉통의 소리가 굉장했다.

좀 나아질만하니 한 달에 한 번씩 여자들을 괴롭히는 호르몬의 난리법석까지 떨어대니 근 한 달을 날려버린 것.


어쩔 수 없던 상황이라며 다시 마음을 잡고 시작했고, 오후 1시 출근이라 새벽에 운동을 하게 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서 아침 9시에 나가서 짐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기를 한 달 반쯤? 되었나.

더워지기 시작했고 더우니까 지치기 시작했다. 헬스장에 무거운 짐가방을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게 지겹다고생각하기 시작했는데 ,


그도 그럴 것이 아침 9시쯤 나가서

유산소-근력-스트레칭하면 2시간 이상은 후딱 지나가게 되는데 그렇게 힘을 쓰고 나는 머리가 긴 편이고 웨이브형태의 스타일이라 드라이만 30분이 걸린다.

후덥지근한 샤워장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자니 그렇게나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던 노릇이다.

게다가 그게 끝일까? 이제 화장까지 해야 하니 화장도 코스별로 모두 마쳐야 하기에 30분. 준비하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해보겠다고 방법을 바꿔서 아예 씻고 가보자며씻고 운동을 가니 운동을 아무리 살살해도 땀은 항상 났으며 살살하다 보니 운동의 강도가 적절치 않아서 개운한 맛도 없었으며 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되었다. 게다가 피아노 교육을 하고 있는 나는 아이들의 연주회와 콩쿠르준비로 바빠져서 빠지는 일이 매우 많아졌고 미묘한 불면증에 시달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이유로 빠지게 되니 헬스장에 대해 마음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들을 겪고,

바쁜 일이 다 끝나서 다시 가보자 했지만

웬걸? 재밌게 느껴졌던 모든 머신들이 재미가 없었고 피곤하고 감정도 이상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근 4년 동안 했던 운동들은 모두 담당 강사와 얼굴만 아는 소수의 몇 명의 회원들과 대화는 하지 않았어도 어쨌든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으쌰으쌰 하며 함께했었고 소통이라는 것을 했는데

이 헬스장은 피티를 해보려 해도 피티의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전부 혼자서 개인플레이를 해대니

왠지 모를 소외감과 외로움이 들었다.


진짜 이상하게 외로웠고

"운동을 하면 외로워"라며 남자친구에게 얘기한 적도 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였던

"헬스장 끊어놓고 안 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속으론 돈을 투자했는데 왜 안 가는 걸까 했지만 회원권은 다른 운동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홀로서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고 군중 속에서 고독을 즐기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제대로 된 운동을 하고 있는 건지를 모르는 신뢰의 무너짐이 의욕을 사라지게 했다.



내가 헬스를 시작하기 전,

이미 헬스를 시작한 친구가 나에게 한 조언이 있다.

"헬스장 이용권은 무조건 처음엔 한 달 , 그리고3개월 단위로 재등록해" 라며 일러주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고 단위가 커질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니 덜컥 6개월을 등록한 나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시 필라테스와 같은 같이하는 그룹형태의 운동을

하기 위해 , 나는 회원권을 양도하러 오늘 간다.

헬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원권은 무조건

3개월 단위로 재등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계속해야지

하면서도 계속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센터의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센터가 질릴 수 도 있고 ,

건강상의 변화 무수히 많은 상황들의 변화와 심리적 변심이 요인이겠지.


"나는 안그래" 라며 외면했던것들.

이를테면 일종의 헬스장 장기회원권을 끊어놓고

안 가는 마음의 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