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래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도중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나에게 화살이 던져졌다.
"결혼하고 싶으면 듀 0 같은 업체 이용해~
만 나이 20대니까 가장 점수가 높을 거야
내가 아는 사람도 그렇게 해서 의사랑 결혼했잖아"
평소 같으면 웃어넘겼을 개드립인데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뇨. 전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이미 약속한 사람 있어서요, 그리고 그런 것도 너무 싫어해요 징그러워요"
5년을 넘게 같이 일했고 가끔 엉뚱하고 이기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당황하게는 만들었지만
나름 한 분야의 길을 25년 이상을 한결같이 걷고 있고 요즘 같은 불황에도 악착같이 버텨내며 살고 있는
나의 5년 전에 만난 멘토이자 직장상사 이자 종교적
신앙도 나누는 사이이다.
나뿐만 아니라 19세 배찌를 달고 말해야 하는 토크도 서슴지 않게 유머로 잘 던지는 사람인데
오늘의 발언은 선을 세게, 아니 씨-게 넘고 말았다.
내가 더 단호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 같아 그저 차분하게 하고자 선만 그어둔 것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아 좀 더 확실하게 말할걸' 라며 후회를 하지만 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나만 혼자 속앓이 하는 에너지를 쓸 바에야
그런 상처 따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잘 안된다 그래도 해보려 노력하는 중-)
실제로 나는 지금으로부터 2년 뒤 결혼을 약속하고 , 현재시점으로 8년을 만난 연인이 있다.
프러포즈도 다이아반지로 이미 받은 상태이다.
인생의 시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우리의 계획은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시간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중인 것이다.
나에게 온전한 시간을 쏟고 마음과 정성을 다 부어버리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듣게 했다는 것에서 나의 부족함으로부터 온 상황이라 생각하게 되니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고 연인이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나는 정말 친한 사람이라도 연애관련된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내 남자친구는~" 라며 자랑을 늘어놓는 것과,
사랑하는 이들끼리 생긴 싸움 갈등 몇몇 가지의 문제들 그런 해프닝을 모두에게 나누어서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오늘 선 넘은 발언을 한 그분은 심지어 우리의 이야기의 3분의 1도 알지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했던 심리가 궁금하고 괜히 속이상해서 혼자 속앓이를 해본다.
"평소에 나를 만만하다 생각했을까?
내가 평소 행동을 지금 만나는 사람과 뜻이 없어 보이게 한건 아닐까?"
라는 갖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상처가 되거나 마음상하라는 의도로 말하지 않은 건 알지만 그 말이 너무도 개 같았다.
더 개 같은 건
내가 그 개를 계속 곱씹고 있는 것이다.
버려야 하는데 말이다.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 해프닝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나의 태도를 분명히 해보려 한다.
내가 결단하지 못했고 선포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들로 내가 남들에게 표현을 확실하게 하지 못한 탓이겠지.
어쩌면 이것도 나에게 하나의 용기이자 결단을 결심하게 된 타이밍이라 생각하면 이 정도의 개 같음은 감사함으로 받아버리면 된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라 생각해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것이다.
그 선을 분명히 긋고 알려주는 것도 나의 몫이겠지.
더 나아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한적 없을까?
이 글을 읽는 이름 모를 우리는 그런 적이 없을까?
이런 상황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걸까?
해소되지 않은 억울함과 분함
혼자 침대 위에서 곱씹을 생각 하니 여전히 짜증 나고 억울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브런치 작가님들과
나눌 수 있음에도 감사함을 유지한 채
상처를 과감하게 내리쳐 보려 한다.
'나는 안 그래' 라며 외면했던 것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명분과 권리를 앞세우며 서슴지 않고 상대를 깎아내어 버리는 발언에 휩싸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