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라고 다 내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가 너 가방 하나 샀어' 라며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사진을 보는데, 내가 평소에 매던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고 좋아하지 않은 스타일을
버젓이 사 온 게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웬만하면
고맙다고 하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정은 싣지 않고
차분히 말하는 스타일인데
오늘따라 왠지 너무 짜증이 났다.
평소에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다는
열등감이 쌓여있었는데
엄마가 사 왔다는 가방을 보자마자
'나를 평소에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으면 이런 가방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사 오는 거지?' 싶은 생각이
앞서니까 화가 머리를 지배하게 되었다.
엄마는 내 반응이 신경 쓰였는지 다시 사진을 찍어서 보냈고 전화를 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없는 채로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되려 바꿀 거면 혼자 바꾸지 말고 같이 가서 바꾸자고 신신당부를 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랑 아빠가 어린아이와 같이
멍청 미를 가득 품은 미소로
내게 가방을 보여준다.
보테 O OOO 램스킨 가죽을 카피해서
이번에 나온 신상을 카피한 가방으로 바꿔온 것이다.
명품가방을 사줄 형편은 안된다는 것도 알고
그걸 바란 것도 아니다.
색깔 있는 가방도 안 메는 검은색 처돌이에게
톤다운된 초록색가방을 건네니
그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서 비싼 거라며,
500만 원대라며 검색해서 보여주는 당당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해서 사준 건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것도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당황했다.
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되려 내뱉은 말은
비싸게 준거 아니냐, 얼마 주고 샀냐 ,
라며 핀잔을 주고 말았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네가 가방 계속 보길래 생각나서 사 왔어.
그냥 색깔 있는 것도 좀 들고 다녀보면 안 돼?
너는 들고 다니기 쪽팔린가 보네" 라며
내심 서운함을 담아
저렇게 표현했다.
난 그 말에 " 아니 그런 거면 내가 원하는 가방을 사주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 엄마는 내 취향을 잘 알고 있고
항상 세련되고 멋지고 좋은 것만 해주시는 분이다.
오늘 내가 그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엄마가 나를 평소에 이상하게 생각해서 저런 물건을 사 왔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보다
내 생각해서 사온물건인데 고맙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 못하고 되려 화를 내고 기분 상하게 한 것이
지금 너무 속상하다.
엄마의 속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뿐이다.
가격을 제대로 말 안 하는 것
보니 보나 마나 가격이 꽤 됐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내가 속이 쓰린 것이다.
명품가방을 사달라는 바람 한 번도 가진 적도 없다.
그저 10만 원대 가방을 보곤 어떤 게 낫냐며 매일 저녁 안목 있는 우리 엄마에게 자주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일이 생긱고야 말았다.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엄마가 명품가방을 사 와도 이랬을까?
명품가방을 사 왔는데 디자인이 마음이 안 들어도 이랬을까?
'나는 안 그래' 라며 외면한 것들.
이를테면 내 취향과는 전혀 다른 가방을 선물로 받았을 때의 숨길 수 없는 속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