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예상치 못한 정신질환
누구나 병원을 간다.
허리가 골반과 같이 뼈, 근육에 이상이 생긴다면
정형외과
감기, 장염 같은 증상은 내과
여러 가지의 이유들로 치과 외과 등등 다양한 질병을 다루는 의사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발길을 이끌지 않았던 병원이 있다면
유일하게 한 곳, 정신과이다.
요즘에야 마음과 정신적으로 안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거 빨리 알고 가는 게 잘하는것이라며
오히려 용기를 대고 당당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남에게는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았던 정신적인 문제가
나에게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소심함이 우월한 사람이다.
어릴 적 미술과외를 받으러 미술학원 선생님집에
갔었는데 내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었고
같이 수업받는 친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보통의 어린아이들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용기란 사라진채 그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고
수업시간이 다가와서야 들어갔었다.
10분 이상의 시간을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이상하게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소심함이 찌르는 사람이다.
스트레스와 신경 쓰이는 일들이 생길 때면 이상하게 심장이 조여오며 누가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숨을 막는 것처럼 가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고
호흡곤란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사실 무서웠다.
이런 증상을 타이핑과 영상으로만 보다가 내가 직접 겪게 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트라우마와 범불안장애의 증상을 겪고 있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우리 할머니는 우울을 동반한 치매를 겪고 계신다.
2년 전쯤 할머니가 밤에 문을 열고 밖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 후 문에 자물쇠를 채울 수 있도록 방법을 취했었는데 다들 알다시피 우울증을 겨냥한 치매에 도움이 되는 약은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인간 또한 잠에 취하게 만든다. 그 약을 먹고선 눈이 하루종일 흐릴 정도로 잠에 지배당해서 한동안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다.
그러던 최근 새벽,
잠에서 잠깐 깨어보니 AM3:18이었다.
우리 집은 4층이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사람이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다 들린다.
그날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흔히 새벽배송하는 배송기사의 발걸음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우리 집 벨을 누른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띵동 - 띵동 -띵동 띵동
급하게 누르는 느낌이 벨소리 사이의 리듬을 통해서 느껴진다.
그러더니 우리 집안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했다.
머리는 새하얘지고 손은 떨리기 시작했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나가지 못하고 내방문에 기대에 바깥소리를 듣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안심하던 찰나, 다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계세요? 계세요"라며
집안 식구를 찾는 눈치였다.
그 순간 우리 할머니의 숨소리가 들렸다.
순간 할머니를 생각하니
문을 열고 나갈 용기가 생겼고,
나도 살고자 하는 본능으로
친구가 선물해 준 불닭 스프레이 호신용품을 들고나갔다.
* 불닭 소스를 물에 희석한 것으로 사람의 눈에 뿌리면 매운맛이 눈을 맵게 하여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호신용품.
나가보니 할머니가 서있었고 우리 집 문 앞에 누군가 머리를 들이민 채 빼꼼 거리며 쳐다본다.
정체 모를 누군가를 향해 "누구세요?"라며 물어봤고,
그 정체 모를 누군가는 경찰이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할머니가 밤사이 또 문을 열고 나갔는데
배회하는 할머니를 누가 신고해서 집에 안전히 모셔다 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치매 할머니라 우리 집이 어딘지 주소도 모를 테고 핸드폰도 없고 우리 집 현관과 대문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올라온 건지 ,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의심하는 생각들이 솟구쳤다.
경찰은 다 추적이 가능하다며 얘기했고 경황이 없던 나는 알겠다며 일을 마무리 짓고 경찰도 돌아갔다.
일이 마무리되고 파출소로 전화해 확인해 보니 경찰이 맞았고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서 들어왔던 것이었다. 별일이 없어서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치명적으로 정신적인 자극이 생기고 말았다. 그날의 공포스러웠던 상황들이 계속 떠오르며 집안에서 나는 모든 소음들,
그리고 이웃들의 발자국소리에도 무섭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트라우마 범불안장애와 같이 사소한 것들도 과하다 할 정도로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며 스스로떨게 만들 정도로 힘든 정신질환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절대 그런 일을 겪을 리가 없다 생각했는데 내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안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나조차도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다.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소소하고도 사소한 일로 인해서 우리 엄마아빠는 잠만 잘 자고 있었는데
내가 그 상황을 혼자 겪었던 터라 , 또 그렇게 머리털이 쭈뼛쭈뼛 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스릴러 영화가 현실로 펼쳐지니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고 , 괜찮아지겠지만
'나는 안 그래' 라며 외면했던 것들 , 일종의 예상치 못한 정신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