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알게 되더라.

5. 사랑한다 해서 모든게 사랑스럽진않다.

by 영이

내 남자친구는 현재 공익근무 요원이다.


그는 음악을 하고 대학원 석사가 두 개나 있고

논문까지 쓴 사람이다.

논문을 쓴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대학원 하나도 힘든데 두개를 다녔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욕을 달고살았을지,


그는 나와 다르게 한번 몰두하면 완벽을 추구하며

일처리는 완벽하고 빠르게 하는 편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의 성격을 간단히 소개하면

학교에서 눈도 쳐다보지 못하는 교수님과 친하게 지내며 교수급 사람들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하며 가깝게 인간관계를 형성해 놓는 대단한 사람이다.


적어도 나에겐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사람에게 경계심이 있어서 모든 이들과 쉽게 친해지지는 않는 스타일이지만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당한 거리를 두며 언제 연락해도 무방하다 느낄 만큼 언젠지 모르게 잘 연락하고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 놓는 사람이다.


돈은 부족할지 몰라도

인간관계로, 사람으로 일하고 커가는 그 사람을 보면서 능력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독기가 어마무시할

정도로 대단해서 단 한 번도 그를 무시한 적 없다.




그런 그가,

어제 내게 말했다.


추석연휴로 월 화 수 3일만 일하면 되는 상황인데

월요일 출근 해놓고

" 나 내일이랑 내일모레 휴가 썼어"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나는 '조금만 일하면 쉰다고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왜 그것마저 일 안 하고 쉰다는 거지?'라는 의아함이 생겼다. 하지만 그에겐 그렇게 말하지 않고

" 융통성 있게 잘 계산해서 잘 써~ 그리고 연휴 지나고 나서는 이제 잘 적응해서 포기하지 말고 잘해보자"

라고 말했다.


8월에 근무를 시작했고

잔병치레가 많아서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을 가야 하는 사람이다. 병원 간다고 한번 쓰던 게 근무시작한 지

한 달 만에 5번을 휴가를 냈기에 의아함이 생긴 것이다

물론 정말 치료가 필요했고 자격증 시험도 있어서

이유가 있어서지만

어제의 갑작스러운 포기와 같은 휴가는 사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쉬지 않고

독감에 걸려서 목소리가 쇳소리가 나고

흉통의 숨소리가 다 들려도

열이 10일 이상 지속이 되었어도

버티고 버티다가 하루만 쉬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날 밤 넌지시 정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걱정이 되어서 얘기하는데 조금 일하다가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일 너무 금방 쉬지 말자"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가 내게 보여준 최근의 모습은 조금 일하다 하기

싫다고 쉬는 게 객관적으로 맞으니까

미래를 약속하고 같이 살 사람이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이런 생소한 모습을 보이니, 나로선 노파심에 생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하지만 그는 기분이 굉장히 상한다면서 되려 내게

짜증을 내었다.

지금까지 본인이 만들어놓은 자리는 무엇이며

일을 하면서 연주든 뭐든 포기하지 않고 이 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버텼는데

그런 모습 다 무시한 채 지금 당장의 모습으로 미래를 어떻게 판단하냐고 기분이 나쁘다 말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냐며 한번 헤아려보라며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는 그의 상한 마음에 눈이 가려지고 귀가 닫혀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아무리 내 주장을 한다 해도 새벽녘까지 핸드폰 붙잡고 싸우기 싫어서 기분이 나빴다길래 몇 번의 주장을 한채 기분 상한 부분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가 여태까지 노력한 것 어떻게 자리를 만들어왔고 모르는 것도 아니고 독기와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 잘 알고 있다. 그가 힘들어하는 것도 알고

사실 공익근무요원 하나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잘만 돌아간다는 것도 안다.

본인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주어진 횟수에 정확하게 계산했단 것도 안다.


그저 나는

아무리 힘들고 하기 싫고 그런 몇몇 가지의

마음이 들어도 버텨내길 바랐다.

그런 모습을 보길 바랐다.

그저 내 바람에 그를 가둬놓았던 것뿐이다.

세상일이 내 맘같이 다 되면 좋으련만 ,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해서

원하는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런 모습을 갖추고 훈련하길 바랐다.




약간의 개인의 종교적 성향이 있으니

불편하면 넘겨도 좋다.


나는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이번주 설교 내용이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그 마음대로 모두 되는 것 아니니

조급함 다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리곤 하나님께 모두 맡기고 기도하라고 했다.


그 말씀을 내 삶에 적용해야 할 때인 것이다.

내가 그를 내가 만들어놓은 시간과 모습에

가둬두면 안 되는 것이었다.

웃긴 건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힘을 빼고 그저 기다리고 다독이고

꾸짖지 아니하려고 노력하려 한다.

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나보다 더 큰 하늘의 그분께 맡겨드리는 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내주관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다.


그리고

내가 그를 믿어주어야 한다.

나도 그를 하찮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게 나의 실상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모든 게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냥 믿어주려 한다.


'나는 안 그래 ' 라며 외면했던 것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그치며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야 말았다.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는 나에게 큰 힘이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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