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세상의 모든 답답함을 가장 가성비 있게 풀어주는 진한 국물
스물한 살부터 네다섯 살까지는 자기만족으로 인해
체중감량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종일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익히 잘 아는 사실이 있을 것이다. "국물 살쪄요"
나 또한 그 말을 믿고 국물이라곤 일체 쳐다보지 않았다.
심지어
엄마가 끓여준 생일상에 올라간 미역국조차
미역 건더기만 옴팡지게 먹어대고 국물은
일체 손도 대지 않았다.
목사님이 사주신 순두부찌개를 먹을 때도 나는 그릇에 숟가락을 대곤 액체를 빼내듯
순두부사이에 끼어있는 국물을 짜내기까지 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는 국물에 모든 영양소가
다 들어가 있다며 오히려 살이 안 찔 거라며 달콤한
말로 나를 유혹했지만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물을 먹고 나면 온갖 나트륨이 함축되어 있다
생각해서였는지 그다음 날이면 종아리가 확실히
무거워진 느낌이었고 건더기만 건져 먹을 때 보다
배가 두둑해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더기는 여전히 좋지만 국물의 시원함을 느끼고 싶을때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나 국물을 혐오했다면 혐오했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멀리했는데 이제는 내가 찾고 있더라.
물론 아직까지 이어져오는 국물에 대한 속설은 난무하지만 국물은 한국사람들에게 , 외국에 나가면 아니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면 찾는 김치와 같은 존재이며 사람이 해줄 수 없는 속 시원함을 안겨주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표현중
"속이 부대낀다. 속이 느끼하다. 니글니글하다 " 등등 갑갑하고 답답한 속을 많이들 표현하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 속을 만드는 데에는 속상함에든 기뻐함에든 술도 한몫할 것인데
" 숙취해소엔 콩나물국이 최고지 "
"순댓국 한 그릇이 속이 싹 내려가"라며 속을 달래는 말들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 끌리는 국물들이 대표적으로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이상하게 순댓국과 해장국을 ,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매콤한 짬뽕국물이,
그리고 속 풀어짐이 필요할 땐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하얀 뉘앙스의 설렁탕 두 번째는 빨간 뉘앙스의 극치 부대찌개가 있다.
그렇게나 어색했던 국물이 ,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말 이상하게도 국물들을 먹으면 옛 어른들의
공통언어 "시원하다"라는 느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국물 한 숟갈 들고나면 저기 명치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시원함을 신음하곤 한다.
어릴 땐 몰랐지만, 갑갑한 세상을 이기게 도와주는
국물이 있어서 든든할 때가 참 많다.
'나는 안 그래' 라며 외면했던 것들.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답답함을 가장 가성비 있게 풀어주는 진한 국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