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프랭클린의 습관 추적
이런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독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운 사람
지금까지 책을 읽어 오지 않아, 글 읽는 것이 힘든 사람
미디어나 게임을 할 때 즐거움보다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
4년 전, 내가 그랬지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다독가가 되었다.
4년의 시간,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25살이 될 때까지 책을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 내 인생에는 PC방과 노래방, 만화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바빴다. 책이 아니더라도 글 읽는 것은 극도로 싫어해서 만화책은 그림만 보고 넘기는 식이었다. 평생 25년 동안 약 5권 정도 읽었을 것이다 (교과서, 숙제용 도서, 만화책은 제외!). 그 5권 마저 읽으면 용돈을 주겠다던 부모님의 노력으로 인해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있다. 게임 이벤트 기간이었으니까.
지금은 일주일에 5권은 읽는다. 나도 놀란다. 변화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2016년 ~ 2017년 두 달에 1권
2017년 ~ 2019년 5월까지, 한 달에 1 ~ 2권 정도
2019년 ~ 2020년 8월까지, 총 73권. 한 달에 4 ~ 5권 정도
2020년 ~ 2021년 4월 (오늘)까지, 총 170권. 한 달에 20권 정도
변화는 크게 두 번 찾아왔다. 2019년 6월과 2020년 9월이다. 각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이렇다. 「기록하고」 그리고 「읽기 쉽게」이다.
※시트는 글 밑에 공유합니다:)
'복사'하시면 사용하실 수 있어요!!
처음으로 독서량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인데, 이때 기폭제가 된 것이 '독서 기록 시트'다. 위와 같이 기록하면 내가 얼마나 읽어 왔는지가 시각화된다. 한 달에 한 권 읽었다간 얄짤없이 '1'이라는 숫자가 찍힌다. 지난달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지기도 한다. 추상적인 행동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습관의 시각화는 특히 독서와 같이 행동의 목적과 변화의 실감 사이의 시간적 괴리가 길 때 더 중요하다. 책이라는 콘텐츠 소비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고생은 하지 않는다. 나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독서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독서 = 비즈니스의 성과'라는 로직이 있었던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독서가 끝날 때마다 눈에 띄게 레벨업을 하지는 않는다. 즉,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느리다. 힘든 일을 시간을 들여가며 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피드백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의도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목적은 독서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스프레드 시트 연습이다. 19년 일본 회사에 취직했는데, 스프레드 시트를 사용할 일이 많았다.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내 삶에서 사용할 곳을 찾다 보니 독서 기록이라는 시트가 만들어졌다. 뒷걸음질 치다가 독서 잡은 셈이다.
압도적으로 독서량이 폭발한 시점이 20년 9월이다. 기폭제는 'yes24의 북클럽' 가입이었다. 이전까지는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는 묘한 집착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지옥철이나 손에 무언가 쥐고 있을 때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책이 가볍지도 않으니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은 지치기도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 살고 있을 때라, 한국 종이책을 사는 것은 물리적으로 장애가 많았다. 해외배송비는 책값보다 비쌌고, 배송까지 한 달이 걸렸으니, 책 선택도 신중해지고, 아껴가며 읽었다.
ebook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한 기폭제 역할을 했을 텐데, 북클럽처럼 무제한 읽기 서브스크립션이면 말 다했다. 안 읽으면 손해라는 느낌이다.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밑줄 긋기나 메모도 남기기 쉬워서 책에 낙서하기 싫어하는 나는 더 좋았다. 책을 정리할 때도 책갈피 기능으로 이동하기 쉬워서 효율적이었다.
이런 말은 좋지 않지만, 코로나 덕도 좀 봤다. 8월 말부터 재택근무로 변한 것이다. 눈치 볼 것 없이 책을 읽었다. 코로나로 영업이 어려웠기 때문에 업무량도 줄었었다. 9월은 소설을 위주로 읽었는데, 하루에 한 권 읽고 나면 책 읽는 것이 쉽고 당연해진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마찰력이 줄어든다. 그 뒤로도 좋아하는 유튜브 방송이나 영화에 빠져서 들쑥날쑥하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었다.
독서 습관이 들었다고 해도 다른 유혹은 계속 있다. 무지성으로 책을 들기는 언제까지고 쉽지 않을 것이다. 책 봐야 하는데- 하며 책을 손에 들 수 있다면 이미 습관은 시작된 것이다. 핸드폰을 쓰면 인터넷 기사 읽듯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책에 더 빨리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밀리의 서재도 요즘 광고를 많이 하더라. 북클럽이 있으니 쓸 생각은 없지만, 둘 다 갓성비는 보장한다.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 다르다.
책은 더럽게 읽어라 파 VS 언제 어디서든 쉽게 봐라 파
필요한 부분만 캐치해서 읽어라 파 VS 꼼꼼히 읽어라 파
읽었으면 정리하라 파 VS 그 시간에 한 권 더 읽어라 파
정답은 없다. 말 그대로 스타일이니까. 요즘 100만 유튜버가 된 '조승연의 탐구생활'의 조승연 님은 기록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면 아무 데서나 책을 읽기 힘들다고 하신다. 동감이다. 나는 거의 모든 책을 기록하는 스타일인데, 어려운 책이면 이동 중에 읽기보다 여유가 있을 때 읽게 된다. 대신에 이동 중에는 더 가벼운 주제의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습관부터 들이고 싶은 사람은 기록하지 말고 일단 무조건 읽는 습관만 만들자. 무슨 책이든 읽자. 최대한 많이 읽어서 '나 책 좀 읽는 편이야'하고 자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자.
많이 읽다 보면 읽었던 책의 내용을 잊는 것이 너무 아깝다. 시간 들여서 읽었는데, 분명히 좋은 내용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용을 남겨두고 싶어 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 머리는 일반적이다. 그래서 기록하고 다시 보지 않으면 잊는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기록한 내용을 다시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P&G나 딜로이트 출신들은 효율적인 독서를 추천한다. 현재의 과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서를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만 읽고 과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바로 책을 덮는다고 한다. 효율 중시 독서다. 나도 사업가의 길에 올라섰고,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독서량에서 졸업하고 질을 높이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생각한다. 단, 교양이나 인문, 소설과 같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독서도 딱딱한 비즈니스 뇌라면 필요하지 않을까?
책 읽는 것이 즐겁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고 책을 읽는 동안에도 즐겁다거나 몰입이 된다는 느낌은 많이 없다. 그런 순간도 있지만, 독서 시간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반드시 1시간 ~ 2시간 정도의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복리식 투자라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싫지도 않다. 이 정도면 됐나 싶다. 꼭 책을 사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냥 당연한 것처럼, 종종 감사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그런 관계로 좋지 않을까. 그러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책을 즐겁게 읽고 싶다던가, 책 자체를 좋아하게 되고 싶다던가 그런 마음고생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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