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우울증 5
극도의 우울함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여유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작은 일에도 짜증부터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널널하다. 굳이 오늘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시간에 대한 강박도 사라졌다.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다이어트 식단을 연구하며 양배추계란전, 순두부 참기름 간장깨 볶음, 두부계란스크램블, 오이당근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70킬로였던 몸무게는 어느새 63킬로로 줄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이혼숙려캠프에서 독일인아내의 원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부모가 있던 없던, 상처가 아울지 않으면 그것이 고름이 되어 그 사람의 인생에 염증작용을 한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슬픔도, 분노도, 아픔도 모두 느껴보니 오히려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물론 오늘도 복직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 시간이 낭비일까 하는 생각, 그리고 끊임없는 돈 걱정. 하지만 이 '인생의 휴가'에서 나는 여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성급한 결정들을 해왔는지, 그 결정들이 어떻게 내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웹소설 쓰기.
일상 속의 상상력이 글로 실현되는 과정이 즐겁다. 아직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조차 소중하게 느껴진다.
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나를 잃어버렸던 시간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우울한 구름 사이로 비치는 작은 햇살처럼, 나는 오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여유 속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이, 앞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ps. 수필만 주로 쓰며 순문학에 대한 열정낭만을 추구하다가
쉬는 중 읽게 된 웹소설의 마력에 붙잡혀 봤다.
읽으면서 글에 몰입되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도 보는 장르문학의 세계...
신인 작가로 글 한번 써보는데
쓰다 보니, 욕심도 조금 생긴다.
그런데 아직 벽보고 쓰고 있다.
조회수 10이 채 안되는 글 들....
그래도 애정이 생긴다.
누추하지만 제 웹소설을 구경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하나 남겨놓을게요.
https://link.munpia.com/n/478641
늘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