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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怨) 가족

by 김보영

그래 그건 내 발등 내가 찍은 것이다. 내가 한참 대학시절, 그때는 유행하지도 않은 보이스 피싱에 엄마가 사기를 당해서 원치도 않는 화장품을 카드값으로 80만원이나 결재해 버린 일이 있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원치 않았다는 것보다 화장품값이 80만원이라는것에 겁을 먹었고, 내가 한 일은 카드회사에 본인이 결재하지 않는 것이 승인되었으니 승인 취소를 해 달라는 3장의 내용증명 서류를 쓰고 붙인 것이다.


그 일로 엄마의 카드값은 취소되었고, 화장품은 회수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엄마는 4년제 보낸 내 딸이 이런일도 해결한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나는 화학을 정공한 사람으로 그런 법과 같은 절차는 절대 모르지만, 그런 사소한 억울함을 보상받을 일에는 관심이 많은 청개구리인지라 해결했던 일이 두고두고 엄마의 해결자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내 억울한 감정들이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거창한 것으로 포장되었는지 몰라도 이것은 회사생활 하는데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말이 좋아 사회정의 구현이지...인간관계를 못해서 생긴 일은 아닌지 스스로 궁금하기도 하다. 아님 튀고 싶어서, 엄마한테 받지 못하는 인정을 누군가에게 받고 싶어서 또는 조건없는 칭찬을받고 싶어서 일지도....

엄마는 항상 나를 나쁜 딸이라고 하는데 그 사춘기 반발심에 나도 어디선가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사회정의구현이 그렇게 힘든일인줄 알았으면 '주디묵념'하고 그냥일이나 하는 것인데...


42살에 이혼하고 갈곳없는 내가 당당히 사회복지법인에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된 일이였다.

그 나이에 정규직 꽤 차고 들어간 나에게 스스로 자존감 뿜뿜 하면서 이쁜척 일하고 있을 때 내가 근무하는 방에서 동료의 장애인 구타 사건이 일어났고, 나는 그 일을 눈감아 주지 못해서 이일은 한동안 시끄러웠고, 이곳의 룰대로 그냥 덮고 넘어가지 않은 나는 칭찬도 조금 받았지만, 오랫동안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질타와 배신자 프레임으로 사회생활의 루저로 우울증을 얻어 병까지 걸렸다. 그래서 지금은 백수 마냥 집에서 자고 먹고 노는 휴직 상태..

휴직도 말이 휴직이지 무급휴직은 백수보다 못하다는 것을 휴직하고서 알았다.


휴직전에는 그냥 죽을것 같아서..... 아니다 죽는 것을 실행할 것 같아서 일단 쉬고 보자고 시작한 휴직이 이제는 백수의 생활패턴 답습이 되었다.

비겁하기 싫어서 우울증으로 휴직한다고 말했다가 소문다 나서 이제는 회사에서 애둘러 우울증인데 복직해서 일할 수 있겠냐고 묻기까지 하다. 이제 복직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내 나이 48세에 큰일도 이런 큰일이 아닐수 없다.


매번 언니의 게으름 아빠의 무책임함 엄마의 무능력함을 욕했는데 나도 그 꼴이 될거 같아서 무섭다. 내가 매번 비난하는 존재가 내가 된다니 아이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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