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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怨) 가족

by 김보영

뭐든 일이 생기면, 엄마는 나에게 전화해서 ’해결하라‘고 한다. 가까운데 모시고 사는 (실제 같이살고 있는)언니는 어쩌고 왜 만날 나란 말이가? 수십번 이야기 하고, 거절도 해 봤지만 엄마는 역시 나다.


이유는 내가 끝내는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놈의 대학등록금이 뭔지 아직도 입만 열면 ’4년제 대학보내줬더니....‘로 시작한다.


언니는 나보다 공부를 더 잘 했다. 하지만 언니의 특이한 성격으로 인문계에 가서 열심히 하면 죽을 것 같다는 이상한 논리 전계로 언니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뭐든 자식의 결정에 딱히 토 달지 않는 엄마는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훗탈이 났다. 언니는 자신의 인생이 망한 이유가 실업계고등학교를 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속에 그것을 반대하지 않았던 엄마도 늘 원망의 대상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실업계가 후회 되었으면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면되지 않겠느냐고 묻겠지만 언니는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 2년제 대학을 나왔다.

아이쿠~ 이것이 두고두고 엄마가 언니에게 죄인이 되어서 아직까지 언니 빤스 빨래를 대신해 주게 될 일인지 그때 알았다면 아마도 엄마는 반대를 했을꺼다.


아니다 엄마는 언니의 원망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언니가 영원히 원망하면서 엄마의 옆에 있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 둘의 숙명이다. 둘이서 맨날 아빠의 무책임함을 욕하는데 바쁜데 본인들도 꽤나 책임감 없다는 것을 진짜 모르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지만 이렇게 심도 깊은 메타인지가 필요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란 참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애통하다.


이럴줄 알았다면 4년제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인데 아쉽게도 엄마의 청개구리인 나는 엄마말을 잘 안듣는다.


고등학교때 야자를 하고 11시반에 집에 와서도 책상에 앉는 나를 보고 ’애쓰지마라 적당히 전문대 졸업하고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말에 욱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4년제를 가버리고, 고르지 않고 남자 만나서 결혼을 해 버린나다.

청개구리를 할려면 현명하게 했어야 하는데 엄마말을 반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나도 언니처럼 엄마를 원망하기에는 나는 메타 인지가 발달해서 내가 바보멍충이라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원망되는 것이 있다면, 억울함이다.


언니와 ’쿵짜쿵‘ 잘 놀다가도 무슨 일만 생기면 쪼르륵 나에게 전화해 해결해 달라는 모양새가 억울하다. 엄마는 나이가 많아 복잡하거나 컴퓨터로 알아 볼 것을 못한다고 쳐도 같이 사는 언니한테 시키면 될 것을 꼭 전화로 나에게 시킨다. ’알아봐라 좀 해달라‘ 이런식의 말투에 그저 ’턱‘ 막히는 무엇인가가 쏟아 나는 것은 억울함일까? 부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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