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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怨) 가족

by 김보영



언니의 중증도 우울증을 조금은 이해한다고 이야기 해도 될 것 같다.

언니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다. 엄마는 그런 기질이 아빠를 닮아서라고도 한다. 아빠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을 하러 가지 않았다. 그리곤 돈이 다 떨어져 쌀도 못사러 갈 때 쯤 되면 일을 하러 갔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늘 ‘돈돈돈’ 하면서 천원한장에 째째한 사람이 되었다.


그놈의 돈이 생계의 중심에 들어온 엄마와 아빠는 매일같이 돈 때문에 잔소리하고 싸우고 욕했다. 그것이 얼마나 성가시던지 그냥 팍 이혼해 버리라고 기도할때도 있었고, 진지하게 엄마한테 이혼을 하라고 승질을 내기도 했다.


그때 마다 엄마는 “너거 때문에 산다”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놈의 째째한 돈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사춘기 이후로 쭉 해왔다. 그래도 아빠가 일을 하러가면 돈이 생기고 집에 둘 새 냉장고가 생기고 그 속에 넣을 먹을 것을 샀으니까 말이다.


엄마는 간단한 알바 정도를 다니긴 해도, 길게 일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엄마도 일하기 힘들어하는 유형이라는 것을 어렵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힘들게 사회생활의 인간관계에 치일쯤에 터득했다. 사회생활은 극히 힘든일이고, 째째한 엄마는 절대 이겨내지 못했을 것 이라는 생각과, 잔소리 융단폭격을 하면, 욕을 뱉으면서도 나가서 돈을 구해오는 아빠가 있음으로 엄마는 사회전선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였다.


그런데 그러한 엄마의 최전선 방어막이 나를 비롯하여 언니에게도 적지 않은 성장기 불안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나도 엄마의 모든 모습 말투 화내는 족족이 다불안하고 마음이 성가시는데 나보다 두 살 위인 언니는 그런것들에 더 많이 노출 되었을 것이고, 더 많이 상처 받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너때매 산다“라는 말로 포장된 엄마의 이기적인 감정의지는 언니를 혼자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듯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는 친척집을 가서도 침대와 쇼파에 벌렁 벌렁 누웠고, 그런 것을 보고 이모들이 입을 대도 엄마는 아이가 몸이 약해서 그렇다는 둥의 꽤 괜찮은 변명을 붙여다 주었다. 사실 언니는 몸이 나보다 약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엄마 나이 80세까지 언니 팬티빨래를 해다 주며, 둘 중 하나만 없어도 대중목욕탕을 가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것은 ’공유정신병‘에 가깝다고 진단을 한 것은 내가 사춘기 무렵이였고, 그래서 나는 언니와 정 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혼자 목욕탕을가고, 혼자 뭐든 결정해 버리고 통보하는 식이였다. 그래서 엄마는 똑똑 하다는 말로 포장하면서 나를 못된 딸 로 만들어 버리고는 더 이상 나에게 기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런 행동이 내가 언니보다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데 있다.


스스로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깍아 먹는 일이 될것이고, 그러면 사람은 스스로 우울해 진다. 의지하는 것이 엄마라면 더욱 그렇겠지만 언니는 영원히 엄마를 탈출하고 싶어하지 않아했고 더 강하게 의지하고 싶어하였다. 그 속에서 우울하고 불안할 지언정 혼자 일어서는 모험은 하고 싶지 않은 것. 바꿔 생각하면 나라도 그렇겠지만. 나는 사양한다. 엄마가 집착하는 대상이 내가 아니라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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