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원(怨) 가족
챙겨준 밥을 먹으려다 “아빠는?”이라고 늘 묻고 엄마는 아빠는 나중에 따로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 룰이다. 왜 아빠는 따로 꼭 먹어야 하냐면 엄마 말에 아빠는 더럽단다.
말이 되냐? 더럽단다. 이렇게 엄마아빠의 사이안좋음이 이제는 위생관념으로 연결될쯤 딸인 나는 알꺼 다 아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엄마의 변명이 더럽다.
“그래도 같이 먹어야지 식구인데” 하면서 아빠방에 똑똑 노크하고 “나왔어...” 하면, 아빠는 급하게 밖으로 나와 아빠만의 입안에만 머무는 알 수 없는 말을 한참 하면서 식탁을 한바퀴 돌다가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늘 이런식의 친정식구가 마음에 안들다가도 ‘이제 뭐 그렇지’ 하면서 포기가 된다.
두터운 이불속에서 겨울잠을 깨듯 깨어난 언니는 고기를 다 굽고는 아까 먹었다는 밥을 다시 먹기 보다, 내가 먹는 밥의 반찬을 젓가락으로 조금씩 건들면서 쩝쩝 거린다.
쌍커풀에 애벌레가 떨어질까 무섭지만,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은 순해 보여도 나름의 정신병력이 있어 심하게 발끈해버리면 다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게 된다.
싸운다 해도 나는 별로 아쉬운게 없고, 한동안 연락이 안올테니 좋다 싶지만. 집에가면 후회되는 것은 엄마의 모습이다.
나도 자식키워봐서 알지만, 내가 낳은 자식둘이서 싸우는게 부모한테는 가장 가슴아픈일이라 더 이상 그런 모습 보이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중증도의 우울증환자 건드려 봤자 나도 같은 수준인거 티난다는 나름의 자존심도 있고 해서 언니는 그냥 가만히 놔두기로 작정한지 조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