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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怨) 가족

by 김보영

오늘은 어버이 날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엄마에게 뭔가 잘못해서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가까운 문구점과 마트를 쓱 둘러보고 제일 저렴한 카네이션을 하나 샀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atm기기에서 돈도 뽑았다. 처음 집을 나설때는 20만원이였지만, 이것저것 혼자 준비하다 보니 10만원으로 줄어버렸다. 내 머슥한 억울함 때문에 금액이 줄어버린거다.


같이 사는 언니는 이런거 준비안하고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사느라 편할텐데, 매일 밥도 못얻어 먹는 내가 외 이런 ‘사람된 짓’을 해야 되는지 억울하기만 하다.


“똑똑똑 엄마..내다”


주방에서 냄비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그래 왔냐?' 라든지 '아이고 밥 아직 덜된는데' 라며 혼자말을 하며 꼭 현관문을 열어주는 엄마다.


왼지 문열어줄 때 하는 말들이 '나는 바쁘다'라기 보다 '아무일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의 한쪽이 살짝 콕 찍히는 것 같다.


“이런거 말라꼬 사왔노”


라면서 내가 갖고 간 선물세트를 받아들고는 바로 열어보려고 선물세트의 종이가방에서 상자를 꺼내든다. 한푼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생필품하나둘 들어오는게 좋은 모양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명절 날 들어온 선물세트 쓰지 말고 그냥 엄마 줄걸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그때 마다 필요한게 떨어지면 ‘아차 마트서 산다면서 잊어버렸지' 하면서 뜯어쓴게 조금 미안하다.


엄마가 급하게 냉장고를 열어 소고기 저민 것을 꺼내 싱크대로 가면, 늘 그랬다듯이 언니는 그 두텁하고 무거운 이불속에서 빠져 나와 파자마 차림으로 고기를 굽는다.


구우면서도 반쯤 감긴 눈은 상커플이 애벌레로 보일만큼 많이 부어 있다.


엄마의 레시피는 한결 같이 똑같다. 한때는 이레시피 말고 뭔가 다른 것좀 만들어 봤으면 생각했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결혼하고 집밥을 잘 맛보지 못한 나로써는 이 레시피가 좀 반갑다.


엄마음식은 맨날 똑같지만 그래서 더 집밥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엄마 음식이 찬란하지 않다. 엄마의 성격을 닮아 꾀 쩨쩨하고, 손이작다.


내가 이혼하기 전에 사춘기 아들 둘 데리고 집에 왔을때도 엄마는 딱 그만큼의 고기를 재워놓고 기다렸고, 고만큼만을 언니가 구워줬었다. 아이들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 쌀밥을 더 먹는 것을 선택했었다. 외 할머니집의 돌아가는 형편과 할머니 스타일을 이미 몸으로 체득한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들의 사회생활에 문제없음에 일단 마음을 놓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친정집에서 밥을 먹고, 사과 한 개 바나나 두 개를 후식으로 먹고 나온날은 꼭 저렴한 프렌차이즈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초코폭탄쉐이크 같은 것으로 아이들 배를 채워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나도 이혼을 하고, 아이들은 자신들 아빠의 본가로 가 버리는 바람에 조촐하게 혼자다. 엄마가 아이들 소식을 묻고 다시 묻고 하지만, 실제로 매우 가까이 사는 아이들에게 연락하여 밥을 챙겨주거나, 한 적은 없는 것으로 봐서 꼭 그렇게 보고싶어하진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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