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거신 전화는,
고객의 사정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내 원(怨) 가족

by 김보영

차단된 전화, 친정엄마


유튜브를 들으며 파워워킹으로 강변을 걷다, 디딕 거리는 휴대폰의 알림진동도 아닌 미세한 전류가 감지되면서, 잠깐 멈칫하고 휴대폰 통화목록을 봤다.


파랗게 표시된 금지마크옆에 써 있는 친정엄마라는 글자에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걷기를 시작했다.


다리에 조금 힘이 풀렸지만, 목표치 만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불안함이 한걸음씩 억울함이 두걸음씩 쌓인다.


다시 전화를 걸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엄마와의 전화는 미루고 미루다 급발진해서 걸게 된다.

아마도 억울함이 불안감으로 폭발하는 시점, 그 시점이 다시 엄마에게 콜백을 하게 되는 시간이다.


“엄마, 전화 걸었네?”


“그래 전화 왔다 표시되더나?”

(엄마는 아마도 내가 자신의 전화를 차단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인 듯 하다.)


여기서부터 마음에 안든다. 분명 휴직기간동안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엄마한테 큰일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고 해놨다. 그리고 차단까지 걸었는데, 엄마는 다시 나에게 전화를 하고 나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다시 건다.


안걸면 되지 않냐? 고 묻겠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다. 왼지 엄마에게 잘못해서 혼날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전화를 하고 다시 화를 내고 승질을 부리다 전화를 끊고 다시 후회를 하는 무한 반복인 엄마와의 전화통화는 늘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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