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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의 화살이 나에게 닿는 순간들.

이 죽일 놈의 우울증 6

by 김보영

나의 주된 감정은 우울이다. 그 우울의 시작은 불안인데, 그저 막연하게 ‘엄마에게 혼날 것 같은 기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혼날만큼 잘 못하고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나이 47세에 궂이 엄마에게 혼날일인가 싶지만, 내 머릿속 논리 만큼 내 감정이 따라주질 않는다.


어릴적부터, 엄마는 고된삶의 비명을 잔소리로 만들어 풀어버리는 사람이였다. 그 잔소리에는 늘 비난이 있었고, 나는 그런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잘못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다.


‘엄마에게 잔소리 듣지 않는 법’은 그저, 어떤 실수도 하지 않고 무슨 잘못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나는 늘 무엇인가 시작하기전, 오랜 망설임이 있다. 그것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신중하다’라고 미화해 칭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주변에 어떤 일이 생기면, 꼭 나에게 묻는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 질문은 끝이 없어서, 회사동료의 표정이 좋지 않을 때에도 친구가 그날따라 ‘ㅇㅇ 카톡답을 보낼때도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비난받는 20여년의 시간동안 나는 내가 딱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이유를 듣질 못했다. 그냥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 였다. 이러저러해서, 그것은 잘못되었으니 고치자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요즘들어 많이 한다.


왜냐하면, 나에대한 근거없는 부정적인 인식 자체가 다, 진짜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살기는 녹록치 않아서 그저 힘들 수 있는데, 나는 그 이유가 꼭 내가 잘못해서로 해석을 한다.

그래서 힘듦과 더불어 자기 비난에 까지 시달린다.


우울증은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자신을 극혐하는 질병인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만큼 힘든일은 없다.

쉬고 있는지금도 ’내가 잘 쉬고 있나?‘ ’오늘은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나?‘ ’돈 안버는 시간들이 무의미하면 안되는데...‘라는 검열을 한다.


쉬는 것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다. 몸도....마음도....

몸은 쉬고 있어서 살도 빠지고, 관절염도 점점 나아져 가는데,

마음은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남은 3개월은 내 머릿속 생각을 비워내야 겠다.


ps. 친정언니가 2형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았다. 중증도의 우울증으로만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의 엄마도 같은 병으로 추측된다.

늘 남탓으로 화살을 돌리고 매일 비난만했던 내 가정환경이야기를 다음화에서 해 보려고 한다. 모든 우울증 환우분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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