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열풍에 대한 소회

이런 세상이 오다니...

by Soyoung

내가 처음으로 해외를 가본 것은 1999년 호주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고, 나도 중학교 들어가기 전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학창 시절 늘 영어 잘하는 친구들, 그중 해외에 친척이 있어서 방학 때 해외를 방문한다거나,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운 친구들이 부러웠어서 대학생이 되면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는 게 꿈이었다. 대학생이 된 나는 중고등학생들 과외를 하며 돈을 모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호주 멜버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왜 호주였냐면, 중학교 때 학교에서 아침시간에 보여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호주 사막, 에보리진의 생활 이런 것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켰고, 호주는 늘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였던 것 같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때 호주 멜버른에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언니 가족이 살고 있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호주에서의 1년은 어찌 보면 내 삶의 방향을 안내해 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난 그동안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늘 스펙을 쌓아서 취업할 생각뿐이었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삶이 보였다. 특히나 호주 사람들의 가족 중심의 삶, 한 달씩이나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꼭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크게 깨달은 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많이 알려진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때 마트에서 보이는 한국산 식품은 신라면과 너구리뿐이었다(그것도 감사했지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North or South?라고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호주 많은 대학에 일본어학과가 있고, 현지인가이드가 일본인들 대상으로 일본어로 진행하는 투어상품도 있었지만, 한국어는 인기가 없었다. 하긴 그 당시(특히 IMF직후)에는 한국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고, 한국 젊은이들도 일본문화를 동경할 때라 내 주변에도 일본음악을 듣고,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주에서 오히려 일본의 파워를 느낀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물론 잠깐으로 끝나버리긴 했지만.


26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으로 부는 한국문화의 열풍은 그저 신기하고 뿌듯하기만 하다. 진짜 이런 세상이 오다니. 여기 뉴질랜드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top10 순위에서 쉽게 볼 수 있고, K-pop과 K-drama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초등학생들이나 유치원생들까지 로제의 아파트 노래를 부른다.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한국 라면뿐 아니라, 과자, 떡국떡이나 떡볶이떡, 김치, 메로나 붕어싸만코 같은 아이스크림, 비비고 만두도 보인다. 특히 코스트코에 가면 그 종류가 더 다양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한 건 아니겠지만 시나브로 전 세계에 스며들고 있는 한국문화 덕분에 한국인들의 해외살이는 조금씩 수월해지고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는 아직 드문 것 같긴 한데, 한국어 수요가 좀 늘어나면 여기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도 있을까? 또 다른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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