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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Jul 04. 2024

가장 그리운 것은? 학교 급식

뉴질랜드에서 도시락 싸기

급식 메뉴나 맛, 양에 만족하지 못하고 투덜거렸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남이 해준 밥은 그냥 그 자체로 고마운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 애들은 심지어 학교에서 무료급식이라는 혜택을 누리지 않았던가. 그게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날마다 깨닫는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엄마들의 해외살이 이야기를 찾아보면 가장 힘든 것으로 애들 도시락 싸는 것을 꼽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뉴질랜드에 오기 전 도시락 싸는 게 가장 걱정되었다. 나는 자칭 '똥손'인데, 무엇을 어떻게 싸줘야 할까 무척 걱정되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다른 엄마들이 도시락 싸는 걸 보면 정성을 들여 다양한 메뉴를, 모양도 정말 예쁘게 싸던데... 난 그저 애들 굶기지 않는 게 목표였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어른들도 직장에서 점심시간이 30분밖에 안되고 거의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기 때문에 나의 도시락 싸는 것도 문제다.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모닝티 시간이 있어 오전에 간단한 간식을 먹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는다. 그래서 도시락 쌀 때, 점심 주 메뉴와 과일, 칩스 같은 간식거리를 같이 싼다. 

첫째 아이:  김치볶음밥, 참치삼각김밥, 계란간장밥,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 어쩌다 김밥, 어쩌다 떡볶이 / 귤, 바나나, 머핀, 카스타드, 칩스, 팝콘

작은 아이: 계란간장밥, 누텔라 바른 샌드위치, 밥과 계란말이 반찬, 밥에 김자반을 섞은 주먹밥, 어쩌다 김밥, 어쩌다 치즈핫도그 / 사과, 귤, 바나나, 바게트빵, 비스킷, 칩스, 팝콘 

나는 이런 것들을 돌려가며 싸고 있다. 


아이 둘이 입맛이 달라 메뉴 통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검증된 안전한 메뉴를 선택하되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식 만두를 구워줘도 봤지만 식은 군만두는 맛이 없는지 아이가 남겨왔고, 현지식 치킨 너겟은 한국 것처럼 바삭하지가 않고 눅눅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인기가 없었고, 참치삼각김밥은 작은 아이는 느끼하다고 싫어해서 안 싸주게 되었고, 오늘 작은아이에게 한국식 치즈핫도그를 처음 싸줬는데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워킹맘이라 핑계 대며 애들 소풍 때도 김밥 한 번을 싸주지 않고, 김밥전문점에 주문을 했었다. 여기서는 김밥을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집에서 쌀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싸게 된 김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삼각김밥도 처음 만들어봤다. 다이소에서 사 온 삼각김밥틀과, 쿠팡에서 주문해 온 삼각김밥 케이스가 정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 여기 와서 처음 하는 거 많네. 


3월, 나와 같은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한 명이 우리 한국인 무리에 와서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자기 남편이 한국인이고, 세종시에 살다가 3월에 여기에 왔다고. 그 뒤로 이런저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 학교가 너무 그립다고 한다. 메뉴도 다양했던 아이들 학교 급식과 무료였던 방과 후 수업, 학교 일찍 끝나도 애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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