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지만 사양할게
이 집에 이사 와서 아이들이 좋아한 점 중 하나가 고양이였다.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인데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이웃들이 주는 사료와 먹이를 먹고사는 듯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같은데, 왜 길고양이가 되었을까? 애완동물의 천국인 이곳에서 길고양이는 흔치 않다. 이웃들이 말해주길 고양이의 이름은 'Thunder(천둥)'라고 한다. 이 동네에 사는 한 소년이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천둥처럼 요란해 보이지는 않던데, 사실 우리 아이들이 혹시 임신을 한 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로 살집이 있고 행동이 느리다.
그동안 관찰한 바로는 Thunder는 담장 위를 거닐다가 바로 바닥으로 뛰어내리지 않고, 담장에서 주차된 차로 뛰어내린 후, 차 위를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오는 것을 즐기는 것 같고, 뒷 집 픽업트럭 화물칸에서 낮잠을 잔다던지, 앞 집 데크나 우리 집 데크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던지, 유유자적 팔자가 좋다. 사람이 있으면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고, 집안에 들어오고 싶은지 우리 집 현관 앞에서 얼쩡거리거나 우리 집 거실 창으로 우리 집을 쳐다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Thunder가 찾아오는 것을 좋아했다.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었는데, 고양이가 알아서 찾아와 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아이들은 용돈도 빠듯한데 Thunder를 위해 습식사료를 사서 하나씩 뜯어주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우리 집을 방문한 언니가 고양이한테 너무 잘해주면 고맙다고 집 앞에 쥐를 물어다 놓는다고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현관 앞에 죽은 쥐가 놓여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굉장히 난감할 것 같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바로 다음 날 아침, 현관문을 연 나는 현관 앞에 놓여있는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하얗고, 핑크빛도 도는 꼬리가 긴 쥐를. 고양이의 보은이었다. 우리 가족은 진짜 고양이가 쥐를 물어왔다며 한 동안 쥐 구경을 하고, 남편이 그것을 처리했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주차장 입구에서 죽은 새끼 쥐 한 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Thunder와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습식사료도 사지 않는다. 너무 잘해주지 않으려 한다. 고양이의 보은이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