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쓰레기 버리기
지난주 화요일 저녁, 집에 가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쓰레기 안 가져갔는데? 스티커만 떼 가고 쓰레기는 그대로 있어."
"그럴 리가. 아직 안 가져간 거 아냐?"
"옆집 쓰레기통은 비워져 있어."
그랬다. 스티커만 떼어가고 쓰레기를 안 가져갔다. 쓰레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나 스티커를 안 붙인 경우 경고장 같은 거를 붙여놓고 안 가져가기도 하지만 어떠한 경고도 없이 스티거만 떼어갔다니 황당했다. 우리 집 쓰레기통은 80L짜리로 3.49불 (약 3000원) 짜리 스티커를 붙인다. 3000원도 아까웠지만,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으니 다음 주까지는 쓰레기가 발생해도 넣을 곳이 없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쓰레기를 가져가는 화요일. 집에 있을 수 있는 날이라 쓰레기 차가 오면 나가 보려고 별렀다. 쓰레기 처리하는 방식을 보니 이랬다. 먼저 한 사람이 집집마다 쓰레기통의 스티커를 확인하고 스티커를 먼저 수거하고, 쓰레기 차가 작업하기 편하도록 쓰레기통의 위치를 잡아준다. 그러면 큰 쓰레기차 운전사가 쓰레기차에 부착돼 있는 큰 집게를 조작하여 쓰레기통을 집어 올려 쓰레기통을 비운 후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다. 나는 쓰레기 차가 우리 집 쓰레기통을 들어 올려 비우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다. 그런데, 쓰레기가 생각보다 적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얼른 가서 뚜껑을 열어보았다. 이런... 바닥에 있던 스티로폼 조각들과 쓰레기 한 봉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벌써 옆집으로 이동한 쓰레기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지만 운전자는 나를 본 것인지 못 본 것인지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쓰레기통을 끌고 옆집으로 이동하며 계속 손을 흔들었지만, 쓰레기차는 야속하게도 그냥 가버렸다.
결국 쓰레기통을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쓰레기 버리는 게 이렇게 신경 쓸 일인가.
이사 와서 생긴 쓰레기를 버리는데 정말 한 참 걸렸다. 냉장고와 티브이 포장재인 비닐과 스티로폼 그리고 박스종이. 게다가 여기서는 비닐과 스티로폼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한국 같으면 아파트단지 분리수거하는 장소에 버리면 되겠지만, 여기에서는 일반쓰레기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쓰레기는 이주일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만, 정해진 용량만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이사 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우리 집 쓰레기통에는 아직도 이사 때 발생한 스티로폼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고거래로 샀던 티브이가 어제 사망하셨다. 300불이나 주고 샀는데... 실제 켠 날은 보름도 안될 텐데... 게임할 때만 잠깐 썼다는 말을 믿고 산 내가 바보였다. 제조년이 2016년이었다. 그걸 물어봤어야 했는데... 300불짜리 교훈을 얻었다. 이렇게 큰 가전제품은 어떻게 버려야 하는 건지 알아봐야겠네.
쓰레기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