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예식의 전통 ‘의례음식’
한국의 문화재청이 지정한 식생활 관련 무형문화재 중 광주/전남에는 총 세분이 계신다.
전라남도무형문화재 최옥림(해남진양주), 광주무형문화재 최영자(남도의례음식장), 광주무형문화재 이애섭(남도의례음식장)님, 이렇게 세분이시다.
남도의례음식장 (南道儀禮飮食匠)은 남도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향토의례음식 기능 보유 장인을 뜻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영자 선생님(광주무형문화재 제17호)을 몇 번 뵌 적이 있다.
선생님의 따님인 이은경(현 무형문화재 이수자)님과 인연이 있는데 두 분을 뵐 때마다 남도음식 장인의 손길은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글로 음식을 배운 나부랭이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노련함과 깊은 맛을 가지고 계셨다.
최영자 선생님은 고모인 초대 기능보유자 이연채(李蓮采, 1916∼1994) 선생님에게 의례음식 기능을 전수받아 무형문화재로 재지정되셨는데 각종 폐백ㆍ큰상ㆍ제사음식 등 향토전통음식의 원형과 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음식문화 중 인간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일생을 거치면서 치르는 통과의례가 있다. 이를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고 이때 나누는 음식이 의례음식이다.
특히, 남도지역은 폐백음식과 이바지음식 등이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문어와 오징어를 이용한 봉황오리기 기술과 큰상의 고임, 육포ㆍ부각 등의 제조 솜씨는 표현미, 형식미 등이 전통문화의 고유성을 지닌 것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있다.
또한 남도의례음식장들이 그들만의 기법으로 만들어내는 폐백상의 오징어닭오림과 곶감오림 등은 남도만의 상징성, 독특성, 전통성과 고유성을 지닌 것으로서 기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남도 특유의 화려함, 풍성함이 특징으로 폐백음식 종류로는 폐백닭, 구절판, 오징어 오림과 곶감오림, 대추고임, 쌀엿, 오색유과, 인절미, 고기전, 생선 전, 율란, 어포, 육포, 술, 약과, 산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절판은 구성되는 음식에 따라 진구절판과 마른 구절판으로 구분된다.
진구절판은 오이, 황백지단, 도라지, 당근, 소고기, 표고 석이 등을 양념하여 볶아 백색에 맞추어 담고 가운데는 밀전병을 부쳐 담아낸다.
마른 구절판은 육포, 어포, 생률, 대추, 잣, 은행, 곶감쌈, 조란, 율란, 강란, 다식 등을 담아내는데,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오징어 오림은 오징어를 꽃모양으로 오려 나무틀에 고정시켜 만들고 곶감 오림은 꽃모양이나 솔방울 모양으로 만드는데, 전라도는 감나무가 흔한 지역으로 곶감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대추고임은 크고 실한 호 대추를 술에 불려 양쪽에 잣을 박고 다홍실을 꿰어 홀수로 단을 쌓아 올려 만든다.
어포는 민어, 농어, 숭어 등 포를 떠서 양념에 재워 두었다 말린 것으로 전라도는 두 개의 바다(남해ㆍ서해)와 강을 접하고 있어 어류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따뜻한 기온으로 어포 건조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육포는 쇠고기를 얇게 저민 후,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말린 것으로 잣, 밤, 호박씨 등으로 고명을 올렸고 찹쌀풀을 쑤어 사군자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육포 종류로는 대추모양으로 빚어 말린 것은 대추포, 반달모양으로 접어 속에 잣을 넣고 말린 것은 잣 쌈 또는 고기쌈, 쇠고기를 곱게 다져 양념한 다음 빚어 말린 편포가 있다.
사실, 위에 나열된 음식 가짓수나 만드는 방법 등이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무척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음식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기술이 있어야 되는 의례음식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수업시간에 몇 번 만들어 본 경험은 있어, 이 음식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작업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남도의례음식은 명품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내듯 명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무형문화재로 인정을 받는 듯하다.
다음 세대에도 명맥이 유지되어 전승이 되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참고문헌
1.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2. 김정옥(2007), “전라도 음식문화 형성과 양반가문의 관계,” 전라문화총서, pp 151~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