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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영 Dec 01. 2024

남도음식문화 특징(3)

남도음식의 정수 '한정식'

나의 고향인 전라남도 광주에서는 집집마다 집밥 가짓수가 기본적으로 14첩 이상은 될듯하다. 일반적인 집밥은 밥, 국, 김치 3가지(배추김치, 물김치, 알타리 김치 등), 장아찌 2가지(고추장아찌, 깻잎 장아찌 등), 젓갈 3가지(오징어젓, 갈치창젓, 낙지젓 등), 생선 또는 고기요리 1가지, 나물 2가지(시금치, 콩나물 등), 마른반찬 2가지(멸치볶음, 조미김 등) 등이다.     


지금 1020대 젊은 친구들은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상차림일 테지만, 노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세대에서는 대략적으로 집밥이 매우 풍성하다. 또한 대부분 엄마의 손맛은 맛있다. 남도의 손맛이 대부분 맛있어서 그런가?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음식점도 대체적으로 맛이 평균 이상이다.    

  

그래서 가끔 광주·전남에 손님이 오시면 난감하다. 남도의 음식 맛이 좋아, 대표적으로 이건 꼭 먹어봐야 하는 단편 메뉴를 추천할 수 없어서이다. 그래서 ‘한정식’을 추천한다. 모든 남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도가 타 지역에 비해 음식 맛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풍부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식재료, 역사적 배경에 영향을 받으며 음식 문화가 발전되고 형성되었다. 1)


먼저, 자연환경과 다양한 식재료를 살펴보자.     


전라남도는 자연환경 혜택이 많은 곳이다. 바다, 산, 평야, 강, 갯벌을 보유하여 국내 최고의 음식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서해와 남해의 청정해역과 가까운 입지조건에 세계 5대 갯벌인 넓은 간석지(전국 41.7%)를 보유하고 있고 서남해안 일대는 미네량이 풍부한 천일염이 생산되고 있다. 섬도 독보적이다. 거문도, 청산도, 흑산도 등의 1,965개 섬 인근 다양한 어장들이 있어 영양이 풍부한 어패류, 해조류, 미생물 등의 해산물 생산의 최적지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영산강, 섬진강, 탐진강을 끼고 발달한 평야지대(나주평야, 장흥평야, 군동평야 등)의 기름진 농토가 많아 풍부한 곡물을 생산하였고 추월산, 백암산, 월출산, 조계산, 불갑산 등의 산간지대에서 각종 산채류가 많이 생산되어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남도는 한반도의 남부에 위치하여 기후가 따뜻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음식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전통장류, 채소 발효식품, 김치·절임류·젓갈 등의 발효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처럼, 남도지역에서 생산된 풍부한 식재료는 남도만의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요리법 발달의 원천이 되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가주도의 전국민속종합조사가 1968년 文化公報部주관으로 실시되었다. 문화공보부 주관의 전국민속조사는 1차 전라남도로부터 실시, 조사내용은 식생활개관, 상차림, 食品材料, 地方特味 넷으로 나누며, 전라도의 음식솜씨는 예부터 개성과 쌍벽을 이룬다기름진 평야에서 나는 곡식으로 식생활이 윤택하다음식의 가짓수가 많아서 사치와 낭비가 심한 편이다특히 각색 젓갈 담는 법과 간수법은 유명하다김치는 맵고도 감칠맛이 있어 솜씨는 타 고장에서 따를 수가 없다가정교육에서 음식을 제일로 칠만큼 철저하다.       

『제2 책 全羅北道 篇(1971), 조사자 황혜성』


역사적 배경으로는 전라남도가 조선시대 가장 많은 유배지를 보유하였다. 죄를 지은 양반사대부들이 남도로 유배를 오게 되면서 그들의 식생활도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었을 테니, 남도의 양반가문과 부유한 토반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 당시 중앙 관료들은 궁중과 양반 가문의 혼인, 궁의 하사품 및 진상품 등의 교류를 통해 궁중음식과 양반 음식이 상호 영향을 받았다. 고급스럽고 격이 있는 음식을 남도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알려주게 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2)


강진현에서 부담하였던 진상과 공물의 명목과 물종       

〇 궁궐 밥상용 재료 상납[삭선(朔膳) 진상] : 매달 11일

- 물종 : 전복 7첩 6곳 5개, 생복 30개, 말린 숭어 1 미, 어란 8부, 장인복 3주지, 염은 구어 40 미, 석류 47    개, 호도 12개, 유자 83개, 산 꿩 4수, 가루미역 14근 2냥, 김 23첩 40장, 말린 미역 14근 

〇 3대 명절(임금생일, 동지, 정월초하루) 잔치상 상납[상명일(三明日) 진상] 

- 물종 : 전복 3첩 5곳, 산 꿩 4수, 석류 28개, 유자 43개, 말린 숭어 4 미, 해삼 2두 4승, 어란 4부, 가루미    역 6근 10냥, 초석 1장,   

〇 임금과 왕비의 생일날 잔치상 상납[탄일(誕日) 진상]

- 물종 : 전복 2첩 9곳, 장인복 3주지, 홍합 3두 2승 4합, 해삼 2두 4승 4합, 가루미역 15근 12냥, 잣 5승     

『강진 군 지·역사 편 (제1권), 225쪽』


남도한정식은 부유한 토반들의 여유로운 삶 덕분에 사치스러울 만큼 음식 가짓수가 많고 화려한 고명을 이용한다. 상차림은 사계절마다 쓰이는 재료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김치류(동치미ㆍ배추김치ㆍ열무김치ㆍ갓김치ㆍ파김치ㆍ고들빼기김치), 젓갈류(토하젓ㆍ석화젓ㆍ갈치속젓), 장아찌(감장아찌ㆍ더덕장아찌), 참게장, 마른 찬(김부각ㆍ가죽나물새순부각ㆍ멸치자반), 생선구이(조기구이ㆍ대합구이), 민물새우탕, 홍어탕, 홍어찜, 삼색나물, 탕평채, 들깨탕(진채ㆍ머위대ㆍ토란대ㆍ토란), 불고기 또는 갈비찜, 낙지볶음, 아롱사태 편육, 생선회, 육회, 신선로 등 보통 30여 가지 이상의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강진군과 목표 시의 근대 고신문 기사 내용을 통해서도 궁중음식이 남도에 전파된 내용들과 근대 이후, 남도 한정식을 상업적인 외식문화로 형성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강진한정식의 유래 1-

조선 후기, 수라간 상궁이 강진 목리(木理)로 귀양을 왔는데, 부자들이 많이 모여 살던 목리의 아녀자들에게 수라간 상궁의 귀양은 궁궐의 문물을 접할 좋은 기회였다.

이때, 상궁이 수라간 요리법을 조금씩 가르쳐 주었는데, 그 음식 만드는 법이 전해져 강진한정식이 탄생했다고 한다.      

『강진군 홈페이지』 

    

-강진한정식의 유래 2-

1916년 일제 강점기 때 대구면에 고려청자 가마터가 발견되면서 일본총독 사이토마코토가 강진을 방문하게 되는데 강진의 부호 김충식이 총독의 숙식을 위해 鶴屋(쓰루야)이라는 최고급 여관을 강진읍 극장통(남문) 부근에 건립하고 서울의 궁중요리사들을 초빙하여 산해진미 궁중음식을 접대하였고 이후, 강진의 독특한 음식문화와 어우러져 강진 한정식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1926.06.28. 조선일보 기사』   

  

-목포한정식의 유래-

목포에 고급음식점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1926년으로 개항 이후, 현 대의동 동쪽 끝 바닷가에 문을 열었던 ‘동운’이라는 식당이었다. 여기는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였다. 일본식 요리점에 맞서 전통 조선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취관(掬翠館)’이었다.      

『호남평론 1935년 9월』




참고문헌

1) 김경애·조용헌(2002), “남도 명가의 음식문화,” 한국가정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pp 11~25.

2) 김정옥(2007), “전라도 음식문화 형성과 양반가문의 관계,” 전라문화총서, pp 151~186.

3)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문화 홈페이지(https://www.nculture.org/ma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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