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케, 시작은 영암 왕인박사?

by 길가영
일본사케 시작은 영암 왕인박사.png 일본사케, 시작은 영암 왕인박사?


일본 사케는 한국 청주와 비슷한 쌀로 만든 발효주이다. 보통 나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때, 사케나 청주를 마신다. 사케나 청주의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서 다음 요리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거 같다.


사케와 청주는 누룩을 이용해서 발효주를 만든다. 그렇다면, 누룩은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 먼저 시작이 되었고 어떠한 경로로 전파가 되었을까?


한국의 전통 발효 문화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지혜가 오랜 세월 어우러져 형성된 고유한 식문화 유산이다. 그 중심에는 '누룩(麴)'이라는 발효제가 있다. 누룩은 단순한 술 발효제를 넘어, 장(醬), 식초, 약용주 등 한국 전통 음식문화의 출발점으로서, 곡류에 자연에서 유래한 여러 미생물을 배양하여 만든 복합균 발효물이다.


누룩의 사용은 문헌상으로 고려시대부터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 기원은 더 오래되었다. 고고학적 발굴과 『삼국사기』 같은 사료를 통해 삼국시대 이전에도 누룩을 사용한 발효술 문화가 존재했음이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삼국사기』 지증왕 4년(503년) 조

“관에서 술을 빚어 백성에게 베풀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술 제조, 곧 누룩을 활용한 발효 기술이 제도화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한국의 누룩은 다양한 효모, 곰팡이, 유산균 등이 공존하는 혼합균 발효 방식으로, 일본의 고지 킨(麹菌, 아스퍼질 루스 오리지 단일균)에 비해 훨씬 자연친화적이고 복합적인 생태계 구조를 지닌다.


누룩은 술뿐 아니라 장류, 식초, 한약재 등 다방면에 쓰이며, 그 발효력과 유연성은 한국 식문화 전반을 지탱해 왔다.


특히 남도 지역은 기후와 농경 여건, 문화적 전통이 어우러져 누룩과 발효주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전라남도 영암, 해남, 나주, 순천 등지에서는 각기 다른 누룩과 발효 방식으로 막걸리, 약주, 청주 등 다채로운 전통주가 만들어졌다.


영암에서는 쌀을 기반으로 한 약주형 누룩주가 전통적으로 발달하였으며, 이 지역의 발효문화는 곡물 저장, 발효, 술 빚기, 제사 음식으로 이어지는 남도 고유의 생활문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발효문화가 백제를 거쳐 일본에까지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가능성은 일본 고대 유적, 도래인(渡來人) 흔적, 제례 음식 문화 등을 통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왕인박사(王仁博士)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전해지는 왕인박사는 『논어』와 『천자문』을 들고 4세기 후반 일본에 건너가 학문과 문화를 전파한 인물이다. 그의 활동은 일본의 정사인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응신천황 15년(405년), 백제에서 왕인 박사를 보내 글을 가르쳤다”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가 일본에 전한 것이 단지 학문뿐이었을까? 문헌에는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왕인박사가 이끌었던 사절단에 양조, 도자, 직조 기술자 등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규슈 지역에서 백제식 술 항아리, 제기, 발효 도구 등이 출토되면서, 백제식 발효기술의 전래설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누룩을 이용한 발효주 제조 방식은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주인 ‘사케’의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일본 고지키나 일본서기에는 '신이 곡식을 씹어 술을 빚었다'는 신화적 전승이 있으나, 실제 기술적 기초는 백제에서 건너간 도래인 집단이 제공한 것으로 보는 연구가 다수다. 이는 누룩문화가 왕인박사와 함께 일본에 간접적으로 전해졌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왕인박사를 기리는 제례에서 막걸리, 나물류, 김치 등 한국 전통음식이 상차림에 오르는 풍습이 남아있다. 이는 단지 한 인물에 대한 제례를 넘어, 왕인을 매개로 한 한국의 음식문화가 일본에서 제도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영암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되새기며, 매년 ‘영암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왕인박사의 일본 전파 과정을 주제로 한 퍼레이드와 함께, 전통 음식 체험, 가양주 시음, 발효주 만들기 체험 등이 열리며 남도 음식문화의 뿌리와 백제 발효문화의 세계화를 함께 조명한다.


이 축제는 단지 과거를 기리는 행사를 넘어, 한국 음식문화의 세계적 가치와 전라남도 영암의 문화 정체성을 되살리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한다.



참고문헌

송영택,「한국 전통누룩의 기원과 발효특성』,『한국식 문화학회지』 제29권 6호, 2013.

주영하,『한국인의 밥상』, 사계절, 2005.

국립민속박물관,『한국의 전통술』, 2009.

이기복,『한국술의 역사』, 자작나무, 2001.

국립중앙박물관,「백제의 발효문화와 도래인의 기술 전파」 전시해설 자료집, 2018.

이강녕,「백제의 도래인과 일본 문화에 미친 영향」,『한국고대사연구』, 2011.

『삼국사기』신라본기 지증왕 4년조.

『일본서기(日本書紀)』응신천황 15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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