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문제에 부딪히면 그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하늘을 동그랗다고 믿듯이, 익숙한 곳에서 해법을 구하려다 도리어 그 익숙함에 갇혀버리곤 하지요. 제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을 꾸리며 얻은 작은 깨달음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기회는 나의 울타리 밖, 낯선 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이클럽'의 아바타 시절이 그랬습니다. 처음의 폭발적인 반응은 마치 뜨거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강렬했지만, 이내 시들해졌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참으로 갈대와 같아서 금세 피로를 느끼고 흥미를 잃더군요. 우리는 안간힘을 썼습니다. 내부에서 더 예쁜 그림을 그리고, 더 많은 아이템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닫힌 방 안에서 가구 위치만 바꾸는 일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반응은 차가웠지요.
그 답답한 벽을 허문 것은 우연히 마주친 바깥세상이었습니다. 길을 걷다 故 앙드레 김 선생님의 샵을 보았을 때, 문득 저 화려한 옷을 우리 아바타에게 입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비록 선생님과의 협업은 디지털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무산되었지만, 그 시도는 저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었습니다. '나의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는 반드시 밖에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눈을 돌려 찾은 곳이 바로 바비인형의 마텔사였습니다. 그들이 가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의상 컬렉션(BFMC, Barbie Fashion Model Collection)을 우리의 기술과 결합했을 때,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영화 속 캐릭터들을 우리의 공간으로 불러들였을 때, 비로소 막혀있던 물길이 터졌습니다. 1억 7천만 원이던 매출이 1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문제는 외부와의 만남을 통해 해결된다'는 관계의 미학을 확인한 점입니다.
Daum에서 스포츠팀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견고한 성을 쌓은 경쟁자(네이버)의 뒤를 쫓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습니다.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서는 승산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인터넷 중계권'이라는 낯선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TV가 독점하던 그 견고한 시장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모바일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것입니다. 그것은 주류가 아닌 변방에서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파괴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카이로스(Kairos)는 기회의 신입니다. 그는 앞머리가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회가 다가올 때는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스쳐 지나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손에 들린 저울과 칼은 정확한 판단과 결단을 상징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 '기회의 순간'이 거저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카이로스를 잡을 수 있는 힘은, 내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내가 가진 것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비로소 흩어져 있던 기회들이 내게로 와 의미가 됩니다.
지금 당신이 마주한 벽이 너무 높게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잠시 고개를 들어 담장 밖을 보십시오. 우리가 찾는 답은,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 바로 나와 다른 세상과의 '접속' 속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 #사업전략 #문제해결 #세이클럽 #아바타 #Daum스포츠 #제휴전략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