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모든 건 때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아낼 모든 시간 중에서 짧지만 가장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과 이야기가 있다. 그 이후 삶에서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무언가 말이다. 마음은 쓰라리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인생을 걸고 사랑을 맹세했던 그 사람이 걸었던 마법의 힘이 빠져 서로에게 지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한테 전가시키고, 자신은 면죄부를 받은 희생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둘만의 대화는 사라진다. 서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존재가 된다.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들의 세계였던 사랑과 낭만은 다 어디로 갔을까? W.H. 오든의 시처럼 이들의 만남과 이별의 인생 여정은 두통과 걱정 속에서 모호하게 새어나가는 시간이 깊은 강처럼 흐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와 어떠한 감정과 지식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오래 지켜야 한다.
이터널 선샤인이나 비포 선라이즈처럼 우연히 기차 안에서 눈길이 부딪히며 어쩌면 단 한 번 찾아올 로맨스를 느끼든, 500일의 썸머에서 자신이 듣던 노래를 좋아해 준 썸머를 만나 한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느끼든. 그것은 우리가 사랑에 빠져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뜻보다는 상대방의 뜻에 따라 사는데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사랑에 빠져있을 때나 가능하다. 이것은 사랑이 가진 낭만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낭만이 현실로 채워지기 전에 최대한 시간을 벌어놓아야 한다.
사랑의 감정은 '인간의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결여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욱 충만해지는 기쁨이다. 그 기쁨은 오로지 외부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사랑으로 마음이 아픈 것은 완전했던 존재가, 그가 떠남으로써 불완전한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생긴 것이다.
어쨌든 사랑에 빠지면 서로를 통해 우리는 주인공이 된다. 두 사람을 제외하곤 모든 것들은 조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