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더풀 라이프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 당신 인생엔 있습니까?

by 김영
9880acedb2d58f87e4c3620746a4dc5af37529e7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이우라 아라타(모치즈키 역), 오다 에리카(시오리 역)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17_20.png?type=w1 어둠 속에서 빛이 실내로 흘러들어오는 가운데 이제 막 죽은 사람들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막 저승에 등록하는 장면이다.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39_33.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40_47.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41_44.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43_56.png?type=w1

인생에서 꼭 기억하고 싶은 한 가지 기억들은 저마다 다르다. 여름방학 전날 전차로 통학하면서 맨 앞 운전석 옆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던 순간, 고통 속에서 애를 낳고 다시 그 고통을 잊은 채 둘째를 생각하는 순간, 사랑했던 여인과의 관계, 중학교 때 디즈니랜드에 갔었던 기억 등 다양하다. 그리고, 어떤 소녀는 어떤 여름날, 마당에는 하얀 빨래가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는 엄마 무릎에 누워 귀 청소를 받고 있었는데, 그때 엄마의 냄새와 그녀의 빰이 엄마 허벅지에 닿았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기억하는 소녀도 있다. 물론 인생에서 안 좋은 기억으로 기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과 선뜻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49_35.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1_50_38.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2_05_10.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2_15_13.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3_39_34.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3_34_44.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2_44_42.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3_23_07.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3_24_59.png?type=w1

"22살에 죽어서 이런 모습이지만 살아있으면 75살입니다. 필리핀 해전에서 부상당해 도쿄의 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다."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3_44_00.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6_22_10.png?type=w1

"휴일의 공원인데 긴자 영화관 옆에 있는 중앙공원이란 곳인데 40년 동안 같이 영화 보러 간 적이 없었거든요. 결국 같이 영화를 보러 간 건 그때가 마지막이 됐죠."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3-18_38_12.png?type=w1
screencapture-netflix-watch-60000583-2021-03-02-16_49_32.png?type=w1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무렵이면 저는 당신에 대한 기억을 잃었겠죠. 제 기분을 간략히 적겠습니다. 당신은 아내 교코의 정혼자였죠.당신의 이름과 5월 28일이라는 기일을 듣고 알았습니다. 아내에게 한때 정혼자가 있었고, 그분이 전사했다는 얘기는 맞선 자리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에도 매년 당신의 기일에는 혼자 성묘를 하러 갔지요. 당신이 교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제게 친절함을 베풀어 주신 거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교코의 기억 속 당신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저희 부부는 그런 감정을 극복할 만큼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아니, 이곳에 와서 그 사실을 깨달았기에 아내와의 추억을 선택할 수 있었겠죠."

ac9f27c7f312afcb18a990efd310ec9dc3c69fd0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친절해서가 아니야. 그 사람한테 상처 주기 싫어서도 아니었어. 그저 나 자신이 상처받는 게 싫었던 거야. 교코가 그 사람한테 마음을 털어놓았듯이 그런 교코를 그 사람이 받아들였듯이 난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맺으려 한 적이 없어."


모치즈키(주인공)는 전쟁 중 결혼을 약속했는데 전쟁이 끝나갈 무렵 22살에 부상을 당해 도쿄의 한 병원에서 죽었다. 모치즈키는 영원히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추억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해 중간지대에서 50여 년을 다른 사람의 추억을 찾아주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죽은 사람의 추억을 재현하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자신의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추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어느 날 추억을 찾지 못하는 고객을 도와주기 위해 고객의 지나간 인생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건넨다. 고객은 지나간 추억을 보면서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을 선택한다. 그 장면에는 주인공과 결혼을 약속한 교코가 있었다. 모치즈키의 고객은 먼저 떠나온 아내와 재혼한 남자임을 알게 된다. 모치즈키는 아무 내색도 없이 과거를 회상한다. 그리고 아내는 어떤 기억을 골랐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녀가 자신과의 기억을 고른 것을 알게 된 모치즈키는 같은 기억으로 영상을 부탁하고 떠난다. 기억할 만한 소중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만큼 소중한 기억은 없다.

04a6f0315cbac08fae7bbd1e9cba81583798256b


50년이 지난 후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 정말 멋진 일이야

'당신의 삶에서 단 하나의 기억이 남는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질문이 주는 무겁고 깊은 생각을 벗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주인공처럼 가족일 수 있었던 사람과의 기억일 수도 있고, 영화 속 다양한 사람들과 비슷한 기억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고 있다는 두려움 속에, '나도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무겁게 짓누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