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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상처'는 인간을 성숙시키나?

by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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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 동윤이와 희준이는 절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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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태가 죽었다. 기태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해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며 아들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파헤친다. 한 아이는 전학을 가고 한 아이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는다. 서로가 전부였던 세 친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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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가지만 얘기할게. 넌 집에 가면 엄마가 밥해주고 공부하라고 얘기하지? 난 집에 가면 내가 밥해 먹어. 가끔 아버지 보면 인사하고... 아침에 눈 뜨면 지각이라서 막 왜 안 깨웠냐? 고 화네고 싶어. 근데 안 계시잖아. 엄마가... 아무도 없어. 그 정도야. 그 정도가 우리 집에 관련된 얘기야. 됐지?"


희준이는 보경이란 여학생을 좋아하는데 정작 보경이는 기태를 좋아하게 된다. 그런 균열이 일어난 상황에서 희준이가 기태의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가족문제를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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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하자. 뭘 그만해? 그냥 이런 거 다. 나한테 언제부터 선택권이 있었냐? 그래. 내가 그만할게. 그러니깐 너도 이제 더 이상 이러지 마라. 미안하다 희준아. 미안하다는 말 쉽게 나오네. 미안할 필요 없어. 사과받고 싶지 않고... 무슨 소리야? 사과받고 싶지 않다고... 너한테. 야! 남은 고민고민해서 얘기하는 건데... 너 태도는 뭐냐? 나도 고민고민해서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어! 나 다음 주면 전학 가! 네 덕분에 그래서 너한테 사과받고 싶지 않다고. 전학 안 갔으면 너한테 까이기 싫으니깐 사과받아줬겠지만 다음 주면 우리 볼 사이 아니잖아. 너 나 볼 거야? 아니잖아 근데 뭣하러 받아줘. 안 그래? 장난하냐? 이렇게까지 하는 건 뭐야? 너는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뭔데! 고봉이야? 애새끼들이 다 네 고봉이야?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해 본 적 한 번이라도 있냐? 없잖아! 내가 언제까지 꼬리 흔들면서 사는지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까이고 오기로 버틴 이유가 뭔지 알아? 네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알량한 자존심 나도 한번 부려봤다. 왜 안되냐? 저 새끼들도 다 마찬가지야. 너 친구라서 옆에 있는 거 아냐 착각하지 마. 너랑 학교 다니면 편하니깐, 뭐나 되는 거 같으니깐 너랑 붙어있는 거야. 친구 아무도 없어. 나도 너 친구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알아?"



기태는 큰 문제가 아니고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화해를 청한다. 희준이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순간 기태의 폭력성이 폭발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희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친밀했던 친구 간의 관계가 순식간에 적대적인 관계로 바뀐다. 처음에는 좋은 친구였다가 어느 순간에 폭력이 개입하면서 완전히 관계가 뒤틀어지고, 뒤틀린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도 몰랐다.


표면적으로는 희준이가 기태한테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강한 아이는 희준이고 기태는 약한 아이였다. 자신의 약하고 두려운 본성과 잃을 것만 같던 우정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서히 잃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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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이 전학 가니까 좋냐? 이제 나잇값 좀 하고 살자. 조금 있으면 고3인데. 그렇게 멋진 충고해 주려고 이렇게 남으라고 한 거야? 이 얘기 할까 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세정이 있잖아 세정이? 걔 진지하게 만날 애는 아닌 거 같더라고. 얘기 들어 보이니까 그쪽 동네에서 세정이 모르는 사람이 없대. 낙태를 했다나 뭐라나... 동윤아, 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나 너 걱정돼서 해 주는 얘기잖아! 고마운데 알고 있다 기태야 야~난 너 아는 줄 몰랐지!"


그래서 희준이는 전학을 가고, 동윤은 기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절친이던 세 친구가 깨져버렸다. 기태의 입장에서는 일대일로 얘기했으면 동윤이의 얘기를 받아들일 있겠지만 자기 부하들이 있어서 충고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반격을 한다. 동윤이가 좋아하는 세정이의 얘기를 하면서 둘의 관계마저도 깨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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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낙인찍혀본 적 있냐? 낙인? 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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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뭐가 어디서 부텨 잘못된 걸까? 아니! 처음부터 잘못된 거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결국에는 세 아이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난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각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지만 막상 따지다 보면 그것 또한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을 어느 순간에 해야 하는지...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면 그 잘못을 거슬러 올라가도 이미 수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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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공에 집착하는 거야? 나어렸을 때 야구선수하고 싶었는데... 국민타자! 미친놈! 그데 난 제구가 안되잖아. 결승에서 만루홈런 치고 MVP 받고... 인터뷰하는 거야. 그럼 세상이 날 보잖아! 안 그러냐? 땅치고 보이냐? 나를 향한 함성소리..."


기태는 '제구'가 안되는 아이다. 그는 폭력을 제어할 수 없고, 사과를 할 마음은 있었지만 사과를 하는 순간조차 상대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과를 하고, 진심을 드러내는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다. 육체성은 극에 달해 있지만 표현하는 것에는 서튼 그런 아이다.


파수꾼은 총 제작비가 5000만 원인 독립영화이다. 연기자들의 총 출연료는 518만 원이었다고 한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는 최상급이다. 어디서 이런 감독과 배우들이 튀어나왔는지 신기하다. 10대들의 권력관계를 압도적인 연기로 소화해 냈다. 이제훈과 박정민은 이제는 충무로에서 주목하게 되었다. 이제훈(기태)의 연기는 감정의 응집력과 폭발력이 최고였다. 부드럽게 사과하려다가 희준이 받아들이지 않자 순식간에 폭력적인 상태로 전환하는다면적인 인물을 잘 표현했다. 희준이(박정민)는 기태의 폭력성에 눌려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라고 저항하는 연기를 차분히 이끌어갔다. 동윤(서준영)은 어느 친구 사이에서 나 있는 어른스러운 아이 연기를 차분히 잘 소화했다.


파수꾼은 10대 소년이 어떤 존재인가를 잘 드러낸 영화이다. 보는 순간 우리를 10대 시절로 되돌리는 영화다. 그 시절의 교실은 아수라장이었다. 한 쪽에서는 말뚝박기를 하고, 한 쪽에서는 씨름하고, 또 한쪽에서는 야한 잡지 보면서 낄낄거리고, 돈 따먹기 하고... 에너지는 넘치지만 그 에너지를 통제 못하는, 몸과 마음의 성장 시차 때문에 소용돌이치는 시절이다. 정신적 미성숙으로 많은 사고가 있던 그런 시절이다. 소년이라서 서로 끌어당기는 거대한 인력과 소년이기에 서로를 밀쳐내는 척력, 이 두 힘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그려냈다.


파수꾼은 어떤 면에서는 상대방을 폭력적으로 대해놓고 잘못한 것은 알지만 사과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의 '사과'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진심인데 너는 왜 나를 이해 못 하니?라고, 자신만 진심이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사과는 일단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사과하는 순간에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대로의 사과가 되어야 한다.


파수꾼은 보통의 성장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비범함이 있다. 보통의 성장영화는 고통이나 시련들이 다 지나고 나면 정신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성장을 하였다의 방식이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나는 오늘 동생이랑 장난감을 가지고 싸워서 엄마한테 혼났다.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부터는 잘해야겠다.' 와 다르지 않다. 이 영화에서의 고통과 상처는 그 자체로 고통이고 상처이지, 많은 고통과 상처가 쌓여서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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