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에 50배 오른 약 값: 마틴 슈크렐리 사건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보다 무서운 시장의 논리

by 영초이


단 하룻밤 사이, 매일 먹어야 하는 약값이 5,000% 인상된다면?

의약품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필수재이기에, 그 약의 가격은 이윤 추구보다 환자의 치료 가치에 먼저 닿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약의 가격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정당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사회적 합의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논리를 비웃듯 한 알에 13.5달러였던 약값을 돌연 750달러로 올린 사건이 있었다. 이는 물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의 문제가 아니었다. 돈의 논리가 생명 윤리를 어떻게 압도할 수 있는지 보여준, 극단적이고도 의도적인 사건이었다.


전 세계를 분노와 충격에 빠뜨렸던 마틴 슈크렐리와 투링 제약의 이야기이다.

이 사건으로 마틴 슈크렐리는 미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미국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생존 본능까지 바꾸는 기생충, 그에 맞서는 약 다라프림

image.png Cat Lying on Green Grass · Free Stock Photo (Public Domain)


사건의 중심에는 다라프림(Daraprim)이라는 약이 있다. 1953년에 승인된 이 오래된 약은 톡소플라스마증(Toxoplasmosis)이라는 희귀 감염병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톡스플라스마증은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질병이다. 주숙주는 고양이다. 고양이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알이 다른 동물의 체내에서 부화하고, 그 동물을 다시 고양이가 먹음으로써 번식 주기가 완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생충이 단순히 기생하는 것을 넘어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잃고 결국 스스로 포식자의 앞에 노출된다. 이 기생충은 숙주의 생존 본능마저 교란시킨다.


인간에게서도 이 감염은 완전히 무해하지 않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면역 체계가 약해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AIDS 환자와 같은 면역저하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뇌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눈과 폐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전이되어 선천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이 기생충의 숙주 조종에서 인간이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체코의 학자 야로슬라프 플레그르의 연구에 따르면, 감염된 사람은 교통사고 발생률이나 자살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조현병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다라프림은 이러한 기생충의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약이었고,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 의약품이었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 자본 시장의 논리

image.png Pills on Money Stack - Freerange Stock (CC0 1.0)


문제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가 이 약을 독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2015년 투링 제약을 설립해 다라프림의 권리를 인수한 직후, 약값을 기존 대비 5,000% 이상 인상했다. 한 알당 약 13.5달러 (약 1만 8천 원)이었던 디라프림을 한 알당 750달러 (약 100만 원)으로 올렸다. (출처), (출처2)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다라프림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개발된 약으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신약이 아니었다. 특허도 만료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특성상 시장 규모가 작았고, 새로운 제네릭 기업이 진입하기에는 경제적 유인이 부족했다. 여기에 더해 슈크렐리는 유통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경쟁사가 복제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샘플 확보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특허가 없는데도 독점이 가능한 시장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 한 달 치료비가 순식간에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로 치솟았다.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그 막대한 비용을 치룰 수 있는 환자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고,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절망에 내몰렸다. 그럼에도 슈크렐리는 가격 인상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장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수익극대화는 정당하다는 논리였다. 그 시장 논리는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이 바꾼 것들


이 사건은 결국 제도를 움직였다. 단순히 한 기업인의 일탈로 치부되기에는 파장이 너무 컸다. 무엇보다 그 피해가 환자라는 점에서 사회는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었다. 약가에 대한 분노는 의료계와 환자 단체를 넘어 정치권과 규제 당국까지 빠르게 확산되었다.


가장 먼저 내려진 것은 마틴 슈크렐리와 튜링 파마슈티컬스에 대한 법적 제재였다.

2022년 미국 법원은 슈크렐리에게 제약업계에서의 평생 퇴출을 명령하고, 약 6,460만 달러(한화 약 860억 원)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했다. 이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상징적인 메시지였다. 시장의 논리를 내세워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행위에 대해, 법은 동일한 자본의 언어로 막대한 책임을 물었다. 특히 환자 생명과 직결된 사업영역에서 윤리를 벗어난 이익 추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정부가 의약품 가격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 논리이라는 원칙 아래, 규제기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약의 가격은 환자의 접근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 아래 재정의되었다. 특히 공공 의료 보험을 통한 약가 협상권 강화 논의가 힘을 얻었고, 이후 실제로 정부가 제약사와 직접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의약품을 공공재적 성격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제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하나의 핵심 변화는 독점을 가능하게 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규제를 만들었다.

당시 슈크렐리는 복제약 개발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유통망을 제한하고, 약 샘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후 규제 당국은 이러한 행위를 명확히 문제로 규정하고, 제약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샘플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더 나아가, 희귀의약품과 같이 시장 규모가 작아 경쟁이 형성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해서는 복제약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사 속도를 높이는 정책도 추진되었다. 결국 경쟁이 없어서 가격이 오른다는 구조 자체를 깨기 위한 시도였다.






숙주의 뇌를 조종하는 톡소포자충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숫자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뒤틀린 자본의 논리였다. 혁신적인 약을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그 기술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자본 시장의 무기로 쥐어져서는 안된다.


마틴 슈크렐리 사건으로부터 제약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의약품의 가격은 어디까지 시장에 맡겨야 하는가?

그리고 윤리적 선을 넘을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제약 기술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그 결과물이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해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현재 규제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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