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유발하는 의약품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

소량의 불순물이 미치는 거대한 부작용

by 영초이

의약품의 안전성은 흔히 약 성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종종 성분이 아니라 공정 중 생성되는 불순물일 경우도 있다.


의약품에서 관리되는 불순물의 허용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오늘 얘기할 불순물의 관리 기준은 0.3 ppm 이하였다. 이는 100만 개 중 0.3개만 허용된다는 뜻으로,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수준에 가깝다. 이 정도로 미량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물질이 발암물질이라면 극미량이라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불순물로 인해 병이 생긴다면 환자들의 신뢰는 박살이 난다.


2018년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는
이 사실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Part I. 발사르탄 사태의 시작. 기준치를 넘어간 발암성 불순물


'Two boxes and a blister pack of Valsartan and hydrochlorothiazide'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발사르탄고혈압 치료제일 뿐 아니라 심부전 치료, 심근경색 이후 좌심실 기능 부전 환자의 사망 위험 감소에 사용되는 핵심 의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노바티스의 디오반(Diovan)이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이 성분을 사용한 복제약인 발사르탄이었다. 현재도 고혈압 환자에 흔히 처방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유럽의약품안전청(EMA)과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중국 저장 화하이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하, NDMA)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가능 물질 중 그룹 2A로 분류한 물질이다. 그룹 2A는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사람에 대한 발암 증거는 제한적이나 동물 실험 등에서 발암 근거가 충분할 때 지정되는 불순물이다. NDMA는 식수와 식품에서도 극미량 발견되는 물질이나 의약품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관리된다. 국내에서도 관련 제품을 조사 결과, 시판 중인 발사르탄 원료에서 최대 112.1 ppm의 NDMA가 검출되었다. 허용 기준이던 0.3 ppm 대비 약 300배를 초과한 수치였다. 그 즉시 NDMA가 과검출된 제품은 회수하였으며 기준치 이하의 제품으로 바꿔주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 사건이 특히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이 약들은 이미 시판 중이었고 수백만 명의 환자가 장기간 복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급성 독성은 없었다. 당장 몸에 이상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문제는 암 발생 확률이 얼마나 증가했는가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규제 기관은 발암 물질에 노출되었는가 자체를 위험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NDMA의 허용 기준은 평생 매일 복용했을 때 암 발생 위험이 10만 명 중 1명 이하가 되도록 설정되었다. 현재는 1일 최대 허용량 96 ng을 기준으로 평생 복용을 가정한 관리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Part II. NDMA 함량이 기준치를 넘어간 이유. 공정 변경과 원료 관리 미흡


많은 규제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이 다량의 불순물은 고의로 발암 물질을 넣어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원료의약품 제조 공정의 변경이었다. 문제가 된 제조사는 오리지널과는 다른 용매 및 합성 조건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고온 조건 하에서 용매가 분해되며 디메틸아민(dimethylamine)이 생성되었고, 이 물질이 아질산염 계열과 반응하면서 예기치 않게 NDMA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약의 설계도는 같았고 유효성분도 같았지만 공정 중의 사소한 선택 하나가 발암 리스크를 만들어냈다. 이 사건 이후 의약품 관리 체계는 분명히 한 단계 강화되었다. 식약처를 포함한 각국 규제기관은 완제의약품뿐만 아니라 원료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또한 니트로사민 계열 불순물에 대한 검출법과 관리 기준, 공정 변경 시 재평가 의무화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완제품 기준의 품질 관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원료와 공정 설계 자체가 규제의 핵심 영역으로 편입된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발사르탄 사건을 과거의 사고로 생각한다. 그러나 불순물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2025년 7월, 일부 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 복합제에서 NDMA가 검출되어 다시 회수 조치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규제기관은 빠르게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했지만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Part III. 발사르탄 사건 이후 실제로 바뀐 것들


발사르탄 사태는 단순한 리콜 사건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의약품 규제의 기준점 자체가 이동했다. 이전까지 규제는 완제품이 기준을 만족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후에는 이 약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안전했는가로 질문이 바뀌었다.


1.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불순물 관리의 관점이다.

이전에는 불순물이 발견되면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제품에서 통제하는 방식이 주였다. 하지만 검출되면 관리가 아니라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니트로사민 불순물에 대해서는 공정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성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요구되었고, 단순 시험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불순물이 생기지 않을 공정 조건을 우선시하였다.

발사르탄 사태의 핵심은 실제 암 발생 여부가 아니었다. 발암 가능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손해인가가 쟁점이 되었다. 이는 규제가 사후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NDMA 허용 기준이 평생 매일 복용 시 암 발생 위험이 10만 명 중 1명 이하가 되도록 설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는 더 이른 시점에서 더 보수적으로 개입하였다.


2. 공정 변경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용매 변경, 반응 조건 변경, 원료 공급처 변경과 같은 사소해 보이는 선택도 이제는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 과거라면 변경 보고서 한 장으로 끝났을 일이, 지금은 공정 위험 평가, 추가 불순물 시험, 장기 안정성 검토까지 요구되는 일이 흔해졌다. 공정은 더 이상 비용 절감의 도구가 아니라 규제 리스크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3. 마지막으로 원료에 대한 관리이다.

가성비 좋은 원료가 품질과 안전성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가격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은 공정 변경 하나로 전 세계 환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발사르탄 사건 이후 원료는 더 이상 완제품 이전 단계가 아니다. 규제기관은 원료 제조소의 공정 이해, 불순물 관리 전략, 변경 이력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원료를 외주에 맡겼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고 완제사 역시 원료 공정에 대한 이해와 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가 되었다.






결국 발사르탄 사건 이후 바뀐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의약품의 안전성은 더 이상 완성된 제품의 시험 결과 한 줄로 증명되지 않는다.


공정 전체가 설명 가능해야 하고 불순물은 우연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의약품 생산은 모든 과정이 명확히 통제되어야 하며, 전 과정에서의 불순물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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