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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무탈 Feb 17. 2020

엄마를 키우고 있습니다

4. 하루만 엄마가 돌아온다면

"난 집에 어떻게 가니"


밤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집에서 집에 가겠다고 한다. 

설명해도 소용없으니 일단 안심할 말을 해드린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여기서 그냥 자고 내일 가자"

우리 엄마는 또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자자"

엄마는 온 식구가 나란히 누워 있으면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엄마는 누워 지치지도 않고 여러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대부분 나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옆에 누운 나를 제대로 알아보진 못한다. 

그러니까 알아보시긴 하지만, 현재의 내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 것 같다. 

어쩔 때는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다. 

목욕을 도와주거나 머리를 말려주면 남에게 하듯 깍듯이 감사 인사를 한다. 

"내가 널 정말 친딸처럼 생각해"라는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엄마 내가 친딸이야. 


이런 혼란은 패턴이 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잊는 것이다. 여러 시간이

꼬여 있다 보니 단편적인 기억이 비논리적으로 엉켜있다. 엄마는 (기억 속에서) 

결혼도 안 한 상태인데, 떠 오르는 딸이 있다. 아빠를 "아저씨"라고 불렀다가 

"**이 아빠"라고 했다가 "오빠"라고 하기도 한다. 꼬인 시간 속에서 대충 맞는 역할을

찾아 그 호칭으로 부른다. 

   

엄마 기억 속에 난 어린 아이다. 내 걱정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오래전 사건에 대한 것이다.  

밥은 먹었는지, 아프진 않은 것인지, 공부하느라 힘들지는 않은지. 

나에 대한 걱정이 끝이 없지만, 현재 날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엄마다. 

엄마만 건강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하루만 엄마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나 잘 컸고, 회사도 열심히 다니고 있고, 아픈데도 없어 엄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 말이다.

2018년 엄마 생일 가족 여행 중.  아빠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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