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by 카이

난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 나를 대상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게 사진을 강요(?)하는 유일한 사람!

와이프는 항상 내게 밝고 즐거운 표정과 멋스러운 포즈를

요구하지만 난 그것이 그리 불편하고 어색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와이프가 사진 찍기를 요구하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혀를 내밀거나, 눈동자를 위로 치켜뜨는 등의 행동으로

와이프를 힘들게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프가 내게 고마워하는 것 중 하나가

웨딩촬영 때의 내 모습이다.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싫어하던 신랑이

단 한 번의 짜증이나 불평 없이

사진작가의 요구에 모두 응했을뿐더러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도록

많은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아내는 그때의 추억이 아직 생각나는지

가끔 당시를 회상하며 '고맙다' 말하곤 한다.



그날 이후 난 아내에게 항상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난 결정적인 순간에는 배신 안 한다."

어쩌면 지금껏 와이프와 큰 다툼 없이 살아온 것 또한

이런 내 마음가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얼마 전 처남의 첫째 아들 돌잔치를 기념하여

처갓집 식구들 모두와 가족사진을 찍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도 난 가족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어색한 표정과 포즈로 작가님을 힘들게 하긴 했으나

나름의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언제부터일까?

내 핸드폰 사진첩 속에 사진들이 한 장, 두 장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폴더를 만들어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다.

가끔씩 사진들을 보며 옛 추억에 빠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추억을 자랑하기도 한다.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싫어함에도

가족사진 속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이제 나도 사진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일까? 두렵다.^^


조금씩 나이의 숫자가 변하면서 나 또한 변해가지만

이런 변화들은 참 좋다. 새로운 즐거움들과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과

사진관에 가서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날 그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이때, 이 사진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지."라고

추억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결정적 순간을 선물해준 처남~^^ 매형이 많이 싸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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