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입장에선 충분히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난 아내를 속인 적이 없다. 연애 당시엔 그저 신경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어 일종의 환각상태가 지속되었던 것뿐이다. 결혼 후 10년이 흐른 지금은 그 환각상태가 사라진 것뿐이니, 정확하게 말하면 변한 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과거 연애 당시의 나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내 사랑은 아내가 잘 보지 못했을 뿐 그 자리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다.
어찌 보면 내 사랑은 서울 밤하늘의 별과 같다. 서울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기란 쉽지 않다. 밝은 불빛들이 사방을 환히 밝혀 별빛의 존재를 잊게 하고, 미세먼지와 탁한 공기가 사람들의 눈을 가려, 별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하늘이라고 어찌 별이 없겠는가? 서울의 별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다. 다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생각해보니 아내의 눈에 내 사랑이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나의 잘못으로 아내의 눈을 가렸기 때문은 아닐까? 내 주변에서 나를 유혹하는 불빛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얼굴을 찌푸려 부부 사이의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는지.
아내는 언제나 시골 밤하늘의 별처럼 촘촘히 박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한 별을 그리워한다. 어찌 하루도 빠짐없이 그 하늘을 보여줄 수 있겠냐 만은, 적어도 아내가 하늘의 별이 사라졌다 느끼지 않도록 가끔은 그곳에 들러 별을 보여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