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채식주의자란 책을 처음 집어들 때만 해도 이렇게 독특한 책인 줄 몰랐다. 제목만 보면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다룬 이야기 같지만 막상 읽다 보면 억압과 욕망,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한강 작가는 주인공 영혜의 시점이 아닌 남편, 형부, 언니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독특한 서술 방식 덕분에 독자는 주인공을 직접 이해하기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전개 방식이 내겐 정말 신선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다. 영혜가 채식을 선언하면서 가족과 사회가 그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는 건 정말 흥미로웠다. 과연 그녀의 선택이 정말 비정상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정상이라 믿고 있는 기준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이 질문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책을 읽은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야 리뷰를 작성하는 이유도 이 책이 주는 진중한 매력에 꽤나 오랜 시간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감동받았던 점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작가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빨리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른 채 완벽을 추구한 한강 작가의 자세는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억압과 욕망,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내용이 꽤 진중하고 무거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 깊이 있는 주제가 주는 매력은 절대 놓칠 수 없을 것이다.